국회 앞 양방향 6개 차로 가득 차
5만 교사 “서이초 교사 진상규명
아동학대법 개정 9월 4일까지”
특수교사 발언에 울음바다 되기도
조희연 교육감 발언에 사퇴 촉구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5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국회입법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관련법안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9.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5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국회입법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관련법안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9.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교권 추락’의 본질적 해결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5번째 집회가 여의도에서 개최됐다. 국회 앞은 주최 측 추산 교사 5만명의 추모복으로 검은 물결이 가득했다. 

전국 교사들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 대로에서 지난달 18일 숨진 서초구 교사 A씨 관련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 법 즉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전국각지에서 교사들이 여의도 앞으로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이를 위해 100대의 버스가 움직였다고 밝혔다. 인파는 여의도 대로를 가득 채우고도 반대쪽 차선과 인도 등을 가득 채웠다. 안전요원 1500여명은 7개의 구역으로 나눠 집회 참여자들을 안내했다. 

여의도로 나온 교사들은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 사망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검은색 옷을 입었다. 30도를 넘는 폭염의 날씨에 달궈진 아스팔트도 이들의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모자와 양산, 손 선풍기 등을 갖고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얼음물을 목에 대기도 하고 우산으로 햇볕을 가려보기도 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5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국회입법촉구 집회에서 아이와 함께 참석한 교사가 아이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5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국회입법촉구 집회에서 아이와 함께 참석한 교사가 아이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교사들은 어린 자녀를 데리고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유아부터 초·중학생 나이대의 어린이까지 모습을 보였다.

성남에서 온 교사 부부는 내리쬐는 햇볕에 17개월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7살 첫째 아이의 손을 잡고 안내에 맞춰 이동했다.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18년 차 오지원(43) 교사는 “일부 문제 학생을 제재할 수도 없고 잡기만 해도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교실”이라며 “내 아이들이 자라서 그 교실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는데 지금이 아니면 개선이 안 될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째가 내년에 학교에 간다”며 “평화로운 학급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꼭 이번에 많이 개선돼서 공교육이 살아나고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나 더 보태려고 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19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국회입법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억울한 교사 죽음 진상 규명’ 등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9.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19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국회입법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억울한 교사 죽음 진상 규명’ 등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9.

현장에 세워진 차량에는 ‘무법지대에서 교육 안전지대로 국회는 행동하라! 9월 4일까지’라는 플래카드와 교사들 손에는 ‘억울한 교사 죽음 진상규명’, ‘아동학대 관련 법 즉각 개정’이란 피켓이 들렸다.

이들은 ▲아동학대관련법 즉각 개정하라 ▲악성 민원인 처벌법안 즉각 마련하라 ▲문제행동 학생 즉시 분리로 다수 학생 안전 확보하라 ▲민원 대응팀 부질없다 실효적인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하라 ▲현장에 답이 있다 교사 의견 반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중 대전 특수교사의 발언에 현장은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 특수교사는 지난 2021년 학부모가 넣어놓은 녹음기로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학생 앞에서, 학생만을 위해 학생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고 싶다”며 “교단에서 제대로 피지 못하고 진흙 꽃이 된 선생님을 위해 살아야겠다”며 살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이 교사 발언에 한 두 교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곳곳으로 흐느낌이 번졌다. 

7년 차 교직 생활 중인 김영진(가명, 29, 경기도) 초등학교 교사는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매주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운 날씨에 힘들지만 아스팔트 위에 오랜 시간 앉아 있으신 분들이 더 고생한다며 겸연쩍어했다. 

이어 “서이초 선생님 사건이 내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내가 만약 이 상황이었어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겠구나.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19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국 교사들의 5차 집회, 3만 교사들의 외침 국회입법 촉구 추모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9.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19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국 교사들의 5차 집회, 3만 교사들의 외침 국회입법 촉구 추모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9.

뙤약볕에 2시간여 동안 치러진 행사로 인해 온열증세를 호소하는 교사가 나오기도 했다. 

주최 측은 질서와 안전에 집중했는데 이를 위해 안전인원 1500명을 지원받았다고 했다. 또한 구급차 3대와 생수, 포도당, 대형 선풍기 등이 준비됐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준비된 구급차와 안전 관리가 진행됐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나 위험으로 예상되는 것이 있다면 주변에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경고도 있었다.

안전인원인 이동희(가명, 34, 여)교사는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지원했다”며 “준비와 과정이 쉽다고는 못하지만 안타깝게 돌아가신 선생님과 전국의 고통받고 있는 선생님들이 법 개정을 통해 교육에 힘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땀이 밴 모자를 고쳐 썼다. 

이어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노력한 덕분에 이렇게 5차까지 집회를 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교권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안전한 교육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힘써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5주차인 이날 집회에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 11개 교육지원청 교육장도 동참했다.

이들은 효율적인 민원 처리 시스템 마련과 교사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대책과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 등을 약속했지만 교사들의 야유와 사퇴 촉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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