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임시국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여야가 ‘네탓 공방’만 하다가 파행으로 끝났다. 여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현안질의를 벌이기로 합의했다가 갑자기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회 집행위원장이었던 김관영 전북도지사 출석 문제로 대치하면서 꼴사나운 공방전만 벌였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잼버리 파국의 원인을 찾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여야 정쟁 속에서 묻혀 버렸다.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정치인들의 뻔뻔스러운 모습에 이제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잼버리 파행은 어느 개인이나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지자체·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 무사안일이 빚은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다. 지금은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유치·준비 과정, 행사 운영의 적절성 여부를 하나씩 복기해 잘잘못을 찾아내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안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자 국회에서부터 파행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로 도망가는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잼버리 개최지 지자체장이기도 한 김 지사는 파행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 지사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현안질의 등에 나와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김 지사는 이미 여러 차례 “개최지 도지사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회 행안위는 빠른 시일 내에 장관이든 도지사든,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람은 누구라도 불러 파행의 원인과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잼버리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대회 이후 브리핑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책임자로서 자신이 맡았던 분야에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국회에서 밝혀야 하는게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일 것이다. 국회는 당리당략에 연연하지 말고 파행의 문제점을 확인해야할 것이다.

감사원은 이미 잼버리 파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대회 유치부터 준비 과정, 대회 운영, 폐영까지의 대회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일체의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선진국 대열에 오른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정 파탄이 빚어진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서는 앞으로 유사한 일들이 재발될 수 있다. 32년 전 고성 잼버리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우리가 왜 이번 잼버리에서 이 같은 파행이 벌어졌는지를 낱낱이 파헤쳐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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