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한 말이다. 지난 7월 3일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이었다. 3일 하루 전 세계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기록은 위성으로 날씨를 관측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가장 높은 평균 기온이었다. 영국 BBC는 기계를 이용해 온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이후 가장 높은 온도라고 보도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은 날씨는 12만 50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나라에 물난리가 났던 얼마 전,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52.2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일부 지역이 50도를 넘었고, 스페인은 46도를 기록했다. 중간이 없다. 한쪽엔 물폭탄, 한쪽엔 열폭탄이 동시에 투하되고 있다.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는 6월 초 체감온도가 섭씨 50도를 웃돌았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살인 더위’다. 동남아시아엔 6월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도는 등 200년 만의 폭염이 덮쳤다.

유럽도 펄펄 끓고 있다. 최근 40년간 유럽 평균 기온 상승폭은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혹한의 상징’ 시베리아마저 6월 초 지역별 기온이 섭씨 37~40도를 찍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고온은 참사로 번졌다. 캐나다의 초대형 산불은 30도 중반을 오가는 때 이른 고온과 건조한 날씨 등 이상기후로 피해가 커졌다.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지난달 역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전례 없이 따뜻한 바다와 맞물려 빙하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빙하가 녹는 속도까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1~2020년 사이 히말라야 산맥 일대 빙하는 이전 10년보다 소실 속도가 65%나 빨라졌다. 2022년 유럽에서 폭염으로 6만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얼마 전 발표됐다. 폭우가 잠시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폭염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기후학자들은 2023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유럽, 중국 양쯔강 수위는 1865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강은 바닥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물 폭탄이 연일 한반도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기상이변이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궁금하다. 도대체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상학자는 지속적인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그리고 엘니뇨, 변화하는 제트기류 조건과 관련된 극한 기상 현상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파괴적인 기상 이변 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여름 기록적인 더위와 폭풍, 홍수 등의 극한 기후 재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에서 기록적인 새로운 극한 기후는 현재진행형에 있는 것이다. 아마도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온난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러한 극한 기후 현상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상식적인 경계, 지구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생태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인류가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되는 시스템을 9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의 한계선을 정의한 바 있다.

첫째, 기후 변화 둘째,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셋째,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넷째, 해양 산성화 다섯째, 질소·인 같은 영양소의 생물-지구 화학적 순환 여섯째, 담수 사용량 일곱째, 토지 사용의 변화 여덟째, 생물 다양성 아홉째, 인간이 만들어 낸 신물질(화학 물질)이다. 그런데 애튼버러는 이 중 네 가지가 한계선을 이미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기후와 생물 다양성, 토지, 영양소가 그것이다.

이는 우리가 돌아올 수 없는 위험 지대, 즉 티핑 포인트에 매우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1.1도 이미 진행된 현재 그는 “이 지점 너머가 찜통 지구(Hothouse earth)로, 인류 문명은 물론 인류 자체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변화’는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인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며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가 지구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 이러한 기후변화를 뉴노멀, 새로운 표준으로 불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할 뿐 이것은 뉴노멀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아직 우리는 뉴노멀이 무엇인지 모른다. 우리가 화석연료 사용을 멈춘다면 현재 상태가 뉴노멀이 되겠지만 그렇게 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재앙, 극단적 이상기후가 더 이상 일상화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서둘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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