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입장한 각국 스카우트들이 행사를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8.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입장한 각국 스카우트들이 행사를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8.11.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우여곡절 많았던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K-POP 콘서트로 대미를 장식했다. 나라망신이라는 우려를 샀던 ‘새만금 잼버리’에 온 국민이 나서서일까, 태풍 카눈이 수도권을 관통한다는 소식에 마지막 잼버리 일정인 K-POP 콘서트마저 차질을 빚는 것 아닌가 가슴 졸였지만 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11일 퇴영식 겸 K-POP 콘서트가 예정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는 흩어졌던 158개국 4만 3000여명의 잼버리 대원들이 모여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잼버리를 새만금 개발에 이용했나

새만금 잼버리의 시작은 엉망진창이었다. 6년간 100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준비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새만금 잼버리 현장은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폭염 대비도, 샤워장과 화장실 시설도 미비하기 그지없었다.

애초에 무주에서 새만금으로 행사장을 옮긴 것부터가 ‘잼버리’를 핑계 삼아 새만금 개발비를 받아내려는 꼼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시작이 잘 못 됐으니 결과가 틀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폭염, 화장실, 샤워장 문제가 행사 전 누차 문제점으로 거론됐지만, 조직위는 문제없는 말만 되풀이했다.

안일하고 부실한 준비로 인해 급기야 1500여명에 이르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그늘막을 치고, 총리가 직접 화장지로 변기를 닦고 나서야 청소 인원이 투입됐다. 커튼만 단 여자 샤워장에는 남자가 들어가 샤워를 하는 황당한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태풍까지…초유의 사태 겪은 잼버리

잼버리가 이 지경으로 된 데는 전 정부에서 현 정부 조직위에 제대로 인수인계를 안 한 것도 이유라고 한다. 국가행사를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인수인계도 하지 않았다니 어찌보면 이렇게 되길 바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급기야 최대 인원을 파견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등이 폭염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하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위기를 맞았다. 일부 대원들의 조기 퇴영에 외신들은 “한국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곧 닥친 태풍은 결국 전원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조기 철수로 이어졌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아마드 알헨다위(Ahmad Alhendawi) 사무총장이 "스카우트 잼버리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복합적인 도전(compounded challenges)에 직면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이번 잼버리는 논란과 특이사항의 연속이었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전 세계 스카우트인의 축제의 장인 세계잼버리대회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염으로 참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3일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 그늘막 안에서 쉬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전 세계 스카우트인의 축제의 장인 세계잼버리대회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염으로 참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3일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 그늘막 안에서 쉬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3.08.04.

◆애국DNA로 뭉친 국민과 기업

파행으로 끝날뻔한 잼버리를 살린 것은 국민이었다. 나라망신이라는 여론이 일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 종교계까지 팔을 걷어붙이면서 잼버리는 ‘한국문화 체험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국민들은 잼버리 대원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과 위로를 전했다. 조기 퇴영했던 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은 “한국인들이 놀랄만큼 친절하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SNS에 올리는 등 각국에서 참가한 대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태풍 영향으로 서울을 비롯한 8개 지자체로 흩어진 후에도 잼버리 대원들은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다.

갈라졌던 종교계도 모처럼 한마음으로 지원에 나섰다. 한교총에 따르면 잼버리 참가자 중 한국교회 수용 인원은 5000여명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일일 1600여명이 템플스테이 할 수 있는 44개 사찰 명단을 정부에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사찰에 머무는 동안 명상, 다도 등 불교문화 체험 행사로 구성된 템플스테이를 했다.

멀리서 온 손님들이 한국에서 상처받지 않고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온 국민이 나선 것이다. 모 한국 학생은 자비를 들여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기도 하고, 보이스카우트였다는 모 명동 상인은 잼버리 대원을 위해 반값 할인을 하는 등 잼버리 대원들 위로에 나선 국민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온 국민의 거국적인 지원으로 잼버리가 정상화 국면을 맞자 조직위원장을 맡은 여가부 장관은 “잼버리 사태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해 빈축을 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에 참가하는스카우트 대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던 중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에 참가하는스카우트 대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던 중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1.

◆‘정치꾼’이 부른 나라망신, 반면교사 삼아야

한 외교관은 가장 외교를 잘한 정권으로 군사정권을 꼽는다. 이유는 군사정권 때는 여야를 떠나 오직 국익을 위해 결정하고 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익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다음 선거만 노리는 여야 정치꾼들이 판을 치는 지금 실태를 보면 충분히 공감 가는 설명이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상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꾼들이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촉발한 요인이라 할 것이다. 온 국민의 ‘애국 DNA’ 덕에 탈 많던 잼버리가 겨우 마무리 됐다. 나라망신을 초래한 정치인들에게는 엄히 책임을 묻고 또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2년 뒤 열릴 아태 잼버리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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