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hoon’ 그리스신화 ‘티폰’서 유래

‘기상연보 50년’에 ‘태풍’ 처음 등장

태풍 이름 140개 번갈아가며 사용

태풍을 뜻하는 영어 단어 ‘Typhoon’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 티폰(Typhon)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11.
태풍을 뜻하는 영어 단어 ‘Typhoon’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 티폰(Typhon)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11.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대구시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남천의 제방이 일부 유실되면서 농작물과 주택이 침수됐으며, 경기북부지역에서도 나무가 통신선 위에 쓰러지거나 나무가 주차된 차량 위로 쓰러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집중호우와 거센 비바람에 전국에서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되고 수만명이 대피했으며, 실종‧정전‧교통사고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이같이 여름이면 빈번하게 발생하는 ‘태풍’은 도대체 어떻게 발생하며, 그 이름의 유래는 어떻게 되는지 한번 살펴보자.

◆ 태풍의 유래

태풍의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우리 선조들은 태풍을 순우리말로 돌개바람 혹은 싹쓸바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태풍과 같이 바람이 강하고 회전하는 풍계(風系)를 ‘구풍(具風)’이라고 했다. 여기서 ‘구(具)’는 ‘사방의 바람을 빙빙 돌리면서 불어온다’는 뜻이다.

태풍을 뜻하는 영어 단어 ‘Typhoon’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 티폰(Typhon)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와 거인족 타르타루스(Tartarus) 사이에서 태어난 티폰(Typhon)은 100마리의 뱀의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용이었으나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이어서 제우스(Zeus) 신의 공격을 받아 불길을 뿜어내는 능력은 빼앗기고 폭풍우 정도만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여기서 ‘티폰(Typhon)’을 파괴적인 폭풍우와 연관시킴으로써 ‘Typhoon’이라 했다는 것이다. ‘Typhoon’이란 용어는 1588년 영국에서 사용한 예가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1504년 ‘Typhon’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 ‘태풍’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氣像年報) 50년’에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11.
우리나라에서 ‘태풍’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氣像年報) 50년’에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11.

◆ 문헌에서 본 태풍

옛 문헌에 나타난 우리나라 바람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모본왕(摹本王) 2년 3월(서기 49년 음력 3월)에 폭풍으로 인해 나무가 뽑혔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그 당시 바람의 세기를 현재 기준에 따라 짐작해 보면 평균풍속 30㎧(시속 110㎞) 이상으로 중형급 태풍으로 볼 수 있다.

신라에서는 경주에 큰 바람이 불고 금성동문이 저절로 무너졌다고 전해진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정종(靖宗) 6(950)년 음력 9월 1일 폭우가 내리고 질풍(疾風)이 불어 길거리에 죽은 사람이 있었으며 광화문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명종(明宗) 17(1526)년의 기록이다. 경상 감사의 서장(書狀)에 의하면 “경상도에서 음력 7월 15~16일 폭풍과 호우가 밤낮으로 계속 몰아쳐 기와가 날아가고 나무가 뽑혔으며 시냇물이 범람해 가옥이 표류했고 인명과 가축도 많이 상했으며 온갖 농작물이 침해돼 아예 추수할 가망조차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진주 지방은 민가가 전부 침수됐고 밀양에는 물에 떠내려가 죽은 사람이 매우 많으니 이처럼 혹심한 수재는 근고에 없었던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기록에는 또한 “신이 지난 8월 8일에 김해(金海)로부터 안골포(安骨浦)에 당도했는데 이때에 비바람이 몰아쳐 밤새도록 멈추지 아니했고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갔습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태풍’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氣像年報) 50년’에서다.

1997년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11.
1997년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11.

◆ 이름의 탄생

다른 자연현상과는 달리 태풍에는 저마다 이름이 있다. 처음 태풍에 이름을 붙여준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로 태풍에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케빈이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와 같은 식이다.

공식적으로 이름 붙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공군과 해군에서 예보관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하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1978년까지는 태풍의 이름이 여성이었으나 성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이후 1997년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연방 등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태풍의 명칭으로 공식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미국은 미국령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가 태풍 피해를 간간이 받기 때문에 가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140개의 태풍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눠져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차례로 붙여지며, 이름이 다 사용되면 다시 1번부터 시작된다. 태풍이 연간 30개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140개 이름을 다 사용하기까지 약 4~5년 정도가 소요된다.

한국이 낸 태풍 이름은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고니’ ‘미리내’ ‘메기(은퇴)’ ‘노루(은퇴)’ ‘독수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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