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두 번째로 높은 포장도로
‘한국의 경관도로’ 선정되기도
2019년 개통한 순환버스 인기
10가지 나물, 산채백반 먹고
​​​​​​​넉넉한 산자락서 여유 느껴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트인 풍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산행하며 마음을 달랠 명소를 추천한다. 사진은 구불구불 해달 1172m 지리산 정령치 가는 길.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트인 풍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산행하며 마음을 달랠 명소를 추천한다. 사진은 구불구불 해달 1172m 지리산 정령치 가는 길.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탁 트인 풍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산행하며 마음을 달랠 최고의 장소가 있다.

바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하늘이 남원에 내린 보물이다. 그곳에 해발 1172m 고갯길 정령치가 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지리산의 천혜 자연환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도록 남원시는 지난 2019년도부터 정령치 순환버스를 운행 중이다.

굳이 피로를 쌓아가며 자가운전으로 여행하는 대신 남원시에서 운행하는 ‘정령치 1000원 순환버스’로 지리산 고개 여행을 나서는 것은 어떨까. 남원 지리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고갯길 여행으로 훌쩍 떠나보자.

◆‘굽이굽이’ 해발 1172m ‘정령치’

남원에는 737번이라고 불리는 지방도가 있다. 전 구간이 남원에 속해 있는 이 도로는 ‘정령치’라는 단어 한 마디면 설명이 끝난다. 정령치는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한 해발 1172m의 고개로 차량 통행이 가능한 포장도로 고개 중 해발 고도가 강원도 만항재(1330m) 다음으로 높다.

도로 위치가 워낙 높기도 하고 또 구불구불하게 돼 있어 겨울철에는 안전을 위해 도로 통행을 아예 통제하지만, 높은 곳에 있는 만큼 운전 중에는 지리산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국토해양부가 이 도로를 ‘한국의 경관도로’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도로로 연결된 만큼 자동차만 있으면 관광객 접근이 가능하지만 멀리서 KTX나 고속버스 등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남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정령치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령치 1000원 순환버스.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정령치 1000원 순환버스.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이에 남원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남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좀 더 쉽게 정령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2019년 정령치 순환버스를 개통하고 2020년부터 노선의 다양화 및 증회 운행해 관광객들의 인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정령치 순환버스는 하루에 총 6번 운행되고 있다.

남원역과 광한루원, 남원공용버스터미널을 거쳐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 고기리, 정령치 휴게소에 머무는 주천면 방향 경유 노선(1코스) 3회, 남원역에서 출발해 마찬가지로 광한루, 남원공용버스터미널을 거쳐 운봉읍, 인월면 방향을 경유하고 실상사, 산내면, 반선, 달궁 등 뱀사골 계곡을 지나 정령치 휴게소로 들어가는 노선(2코스) 3회 운행한다.

요금은 1000원으로 이용(월요일은 휴무)할 수 있으며 첫차는 남원역 출발 오전 7시 20분, 막차는 오후 6시 15분에 운행한다.

오전에 정령치로 출발한 관광객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오후에 돌아오려면 사전에 배차 간격, 코스 등을 잘 숙지해서 여행하는 것이 좋다.

지리산에서 맛보는 산채비빔밥 상차림.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23.08.11.
지리산에서 맛보는 산채비빔밥 상차림.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23.08.11.

◆지리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채백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일단 배를 채워야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정령치 순환버스(1코스)가 멈추는 고기리에는 지리산에서만 채취한 싱싱한 산나물을 자랑하는 산채백반집이 가득하다.

콩나물이나 시금치같이 다듬을 필요가 없는 나물은 집에서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지만 다른 산나물들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집에서 해 먹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고기리에 있는 식당에서는 지리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나물이 찬으로 다채롭게 차려져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나물의 다양함에 놀란다. 산채백반은 지리산에서만 채취한 나물로 구성돼있어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을 확실하게 보충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고추장, 참기름과 버무리면 훌륭한 산채비빔밥이 되고 그냥 밥과 나물만 먹어도 영양 좋은 산채를 담백하게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배를 채우고 2시간 정도 걸으면 관광객들은 정령치 휴게소에 당도하게 된다.

구룡폭포.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구룡폭포.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빼어난 절경 구룡계곡 ‘구룡폭포’

구룡계곡은 지리산 자락에서도 특히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폭포다.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으로 이어지는 이 계곡은 3㎞의 길이의 협곡으로 9개의 소(沼)가 있으며 옛날 이곳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에 따라 구룡계곡이라 불리고 있다.

이 계곡을 따라 오르는 정령치 간 도로는 뱀사골(반선)과 노고단으로 이어져 지리산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구룡계곡이 사랑받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고 완만하며 탐방로가 계곡에 접해 있어 맑은 물을 가까이서 보고 들으며 산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424호로 지정된 천년송.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23.08.11.
천연기념물 424호로 지정된 천년송.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23.08.11.

◆만복대·달궁·와운마을 여행의 즐거움

정령치 휴게소에서 2㎞ 정도의 등산로를 50분 정도 걷다 보면 만복대가 나온다. 높이가 1433.4m인 지리산 서부의 봉우리 만복대는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돼 있어 초보자도 손쉽게 등산할 수 있다.

‘만복대’란 명칭은 풍수지리설에서 설명하는 10승지 중의 하나다.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고 살 수 있다 해서 만복대로 칭했다는 설이 있다. 이곳은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로 가을철이면 봉우리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또한 지리산 뱀사골 계곡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왕의 궁궐이 있었다는 달궁 마을이 있다. 왕들이 휴식을 취했을 법한 달궁 계곡이 있어 우리를 반겨준다.

달궁 계곡은 산내면에서 14㎞ 지점인 지리산의 반야봉 아래에 있는 계곡으로 기원 초 삼한시대 마한의 별궁이 있었다는 전설에 따라 ‘달궁’이라 부르고 있다. 그 궁터가 지금도 달궁마을 입구에 남아 있다.

1000원으로 즐기는 정령치 순환버스.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1000원으로 즐기는 정령치 순환버스. (제공: 남원시청) ⓒ천지일보 2023.08.11.

달궁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풍치가 아름다운 쟁기쏘와 쟁반쏘, 용쏘 등이 기암괴석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뤄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천연기념물 424호로 지정된 천년송 아래 자리 잡은 와운마을도 이참에 들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름도 누워 쉬어간다는 이 마을은 해발 800m에 자리 잡은 까닭에 청정지역으로 여름 피서에 제격이다. 17여 가구가 거주하는 만큼 소소한 풍경과 마을 살이를 엿볼 수 있다.

단돈 1000원으로 만나는 지리산은 다채롭고 풍요롭다. 색다른 여행길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제대로 치유하는 것도 좋을 터. 무더운 여름 반복적인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령치 순환버스에 싣고 어머니 품과 같은 지리산을 찾아 그 길목에서 온전한 치유를 받아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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