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인천 검단 신도시 엘에이치(LH)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무너졌다. 필요한 만큼 철근을 쓰지 않고 원칙에 맞게 설계와 감리를 하지 않아 터진 사태다.

건설 비리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다. 터질 게 터졌다. 문제는 정부가 순살 아파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전임 정부 탓을 하면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는 데 있다.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자기 부정’이기 때문이다. 계속 남 탓 하려면 무엇 때문에 집권을 했나?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한 지 1년 3개월이 되어간다. 당선을 기준으로 하면 1년 반이 다 된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아파트 부실 문제를 포함한 모든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수사 총책임자였다. 검찰총장을 한 사람이 자신의 책임은 빼고 전 정권 탓만 하면 전임 검찰총장의 책임은 어디로 가는가? 윤 대통령 집권 기간에 순살 아파트 공사가 새로 안 이루어졌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집권한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집권자의 첫 번째 덕목은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상황 탓을 하거나 전 정권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일선 행정 공무원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관행 때문이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생기면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개선할 의지도 없어진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정권의 책임이 크다고 하더라도 정권 잡은 지 1년 3개월이나 됐으면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사람들이 “그 긴 시간 동안 문제를 인식조차 못 하고 이제 와서 난리 치느냐?”고 묻지 않겠는가. 문제를 파악해서 고쳐야 할 책임은 오롯이 현 정권에 있다. 새로 책임을 맡은 사람은 책임을 맡는 순간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로 바뀐다. ‘남 탓 네 탓’은 국민을 짜증 나게 한다.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언제 어느 때나 사람이 모든 정책의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전 정권 탓이냐 현 정권 탓이냐 따지느라 세월 보낸다면 고통과 불안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은 더욱 암담해지게 된다.

대통령은 순살 아파트 사건을 ‘건설 카르텔’이라 이름 짓고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건설 분야의 카르텔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나는 책임이 없고 나는 심판자로서 단죄하는 역할만 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졌으니 검찰과 경찰, 법무부는 눈에 불을 켜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잘못한 사람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일부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건설 비리가 뿌리 뽑히지는 않는다. 건설 비리는 복마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켜 해결이 난망한 상태에 놓인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다단계 하청구조에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설계와 감리의 독립성 문제다.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도 감리도 독립적으로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발주처나 시행사의 지배 아래 있다. 설계와 감리를 완전히 독립시키려면 ‘국민안전위원회’ 같은 이름의 독립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국회, 정부,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을 만들고 설계와 감리 업무를 전담하고 시공과 공사장 안전을 살피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감리와 설계의 독립성 보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청구조 타파다. 하청구조는 워낙 뿌리 깊고 광범위해서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다단계 하청구조는 대자본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의 혁파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전수조사 천번 만번 해 봐야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건설 카르텔 깨부수자는 말 대신에 재벌 대기업·공기업 중심의 하청구조 깨부수자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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