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낭비 막는 ‘꿈의 기술’
활용성 높지만 만들기 어려워
“상온 상태서 초전도체 개발”
국내 연구진, 논문 통해 발표
학계 “검토 필요” 신중 입장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김현탁 박사 제공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김현탁 박사 제공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 속 ‘초전도체’ 실체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꿈의 기술’로 불리며 관련 테마주가 형성되는 등 반응이 뜨겁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무분별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3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고려대 창업기업) 등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초전도체를 만든 과정이 담긴 논문을 올렸다.

초전도체는 쉽게 말해 전기저항이 ‘0’인 물질을 말한다. 즉 전기를 전달할 때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에너지 손실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 깔린 모든 전선에 초전도체를 접목하면 송전 효율이 ‘100%’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전기는 구리 전선 등을 통해 사용처로 보내지고 있는데 이때 전기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액이 국내에서만 한해 조(兆) 단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전도체는 전선뿐 양자컴퓨터, 슈퍼컴퓨터 등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전기저항으로 인한 마찰이 사라지면서 발열 문제도 개선된다. 초전도체는 ‘마이스너’ 효과도 갖고 있다. 이는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올리면 반발력으로 자석이 공중에 뜨는 것을 말한다.

마이스너 효과는 고속 자기부상 열차를 제작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핵융합, 입자가속기 등에서도 실험용 자기장 형성을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현재 상용화된 초전도체의 절반 이상은 자기공명영상(MRI)에 사용되고 있다.

초전도체는 활용성은 물론 다양한 기술에 접목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지만, 문제는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기술로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극저온으로 온도를 낮추거나 상온에서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만일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다면 별도의 냉각과정이 필요 없기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초전도체 관련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다.

해당 논문에는 약 30℃ 상온에서 유지되는 초전도체 ‘LK-99’를 만들어낸 연구결과가 담겼다. 연구진은 20여년에 걸쳐 1000회 가량 구리와 납을 구워내며 초전도체를 구현해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산화 납과 황산 납을 혼합해 725℃ 온도에서 하루 동안 구워 라나카이트를 제조한 뒤, 라나카이트에 구리와 인 분말을 섞어 48시간 동안 구워 인화구리를 만든다. 이후 라나카이트와 인화구리를 분말 형태로 만든 후 진공 상태를 유지하며 925℃에서 구워내면 상온 초전도체인 LK-99를 만들 수 있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 자체가 획기적인 건 맞지만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전도체 발견 이후 학계에선 상온 초전도체 개발 연구 결과가 수차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모두 검증에 실패했고, 데이터 조작 등으로 결론났다. 학계에서 LK-99를 바라보는 시각이 회의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논문 발표 이후 각국의 연구 기관에서 똑같은 방식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LK-99를 그대로 재현한 곳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진위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학술단체인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LK-99 검증위원회를 설치했다.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시편(샘플)을 제공한다면 회원들의 소속 연구기관에서 교차측정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교차측정으로 검증된다고 해도 이 기술이 상용화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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