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4만t 피해”… 젤렌스키 “러, 세계적 재앙 전쟁”
“러, 9일간 항만시설 26·선박 5척·곡물 18만t 공격”
美대사 “러, 주택·항구·곡물·역사 건물·어린이 공격”

(출처: EPA, 연합뉴스) 사진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다뉴브강 항구 도시 이즈마일에 대한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항만 시설이 파괴된 모습.
(출처: EPA, 연합뉴스) 사진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다뉴브강 항구 도시 이즈마일에 대한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항만 시설이 파괴된 모습.

[천지일보=방은 기자]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기 위해 다뉴브강의 주요 내륙 항구를 무차별 공습했다. 유엔은 러시아에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될 시 곡물 협정의 협상에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세계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 이즈마일 항구의 곡물 창고와 곡물 하역용 엘리베이터가 파괴됐다. 이에 러시아가 7월 중순 단행한 사실상의 흑해 봉쇄 조치를 우회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선적하기 위해 항구에 도착하려던 선박이 멈춰 섰다.

이즈마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항구 도시로 7월 중순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종료 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한 주요 대체 수송로로 이용되고 있다.

상업용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수십 척의 국제 선박이 다뉴브강 하구에 정박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러시아의 봉쇄를 뚫기 위해 이즈마일 입항을 등록했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항구에서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두 업계 소식통이 외신에 전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중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로 향하던 거의 4만t의 곡물이 피해를 입었다”며 “다뉴브 항구의 인프라가 황폐화 됐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곡물은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다른 나라로 대체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개한 영상에는 깨진 유리창으로 뒤덮인 건물에서 소방관들이 사다리 위에서 불길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른 대형 건물 몇 채는 폐허가 되었고 적어도 두 개의 부서진 저장고에서 곡물이 쏟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야간 비디오 연설에서 “모스크바는 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올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광기에 빠진 그들은 세계 식량 시장이 무너지고, 가격 위기가 발생하며, 공급 중단이 생기는 걸 필요로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 국영 통신사 RIA는 공격을 받은 항구와 곡물 인프라가 외국 용병과 군사 장비를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RIA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유엔은 세계 최빈국의 잠재적 식량 위기에 대해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가 협정 종료 선언 후 9일 동안 26개 항만 시설과 5척의 민간 선박, 18만t의 곡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브리짓 브링크 우크라이나주재 미국대사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공격을 맹비난하면서 최근 공격 목표물인 ‘주택·항구·곡물 저장고·역사적 건물·어린이들’을 열거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공격 이후 공급에 대한 우려로 거의 5% 급등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 러시아의 수출 확대와 흑해곡물협정 협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다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고의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이다. 러시아와의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에서 세계 점유율 약 10%를 차지하고 있었고, 러시아도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가 협정에 재가입하기 위한 조건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공식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통화에서 흑해곡물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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