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학생 칭찬이나 격려 불가능(차별받지 않을 권리), 잠자는 학생 못 깨워(휴식권), 난동 부리는 아이 팔만 잡아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교사들.

지난 2010년 처음 도입된 학생인권조례가 13년이 지나 폐지 혹은 과감한 재정비에 직면하게 됐다. 학생인권조례는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정책이며 특히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감 시절 만든 뒤 서울, 경기, 전북, 충남 등 6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조례 내용을 보면, 철저하게 학생 중심의 조항이며 학생의 인권만 강조하다 도리어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국의 많은 교사가 업무 영역을 침해받고 교사들의 인권도 사지로 내몬 좋지 않은 결과들이 지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후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년간 참을 만큼 참았던 교사들이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교사의 인권도 존중하고 교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소리치며 뭉치고 있다.

교육 일선에선 학생들의 교권 침해 행위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호소한다. 교사가 제대로 혼내지도 못하는 교육 현장에서 생활 지도만으로 학생을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교사들은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이나 욕설, 폭행, 무시를 당해도 아동학대 고소가 두려워 대응을 못한다.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깨울 수도 없고, 급식을 먹지 않고 버려도 지도할 수 없다.

학부모 항의가 거세고 학생들의 인권 타령으로 반발도 크다. 교사들은 오히려 비대면으로 온라인을 통해 지도했던 코로나 기간이 편했다고 할 정도로 하루하루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쑥 들어갔던 이유는 좌파 정부가 집권한 이유도 있지만 학생인권조례 정당성을 주장한 인권위도 한몫했다. 과거 인권위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한다”며 “폐지될 경우 학생인권 침해구제의 공백이 초래되고 학생인권 사무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수행이 저해되며 타지역의 학생인권조례와 조례 제정 노력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가 1133명이다. 학교에서 폭행당하는 교사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의 균형은 이미 붕괴됐고 아동이나 학부모가 잘못해도 교사는 빌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사들이 지도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 ‘금쪽이’만 생각하는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대처할 방법도 없다. 교사가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이 전무하다.

교육부와 전국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해당 지역 학교들의 ‘갑질 학부모’ 전수조사 요구가 시행돼야 한다. 과거 좌파 교육감들이 주도해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위축을 초래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과거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시절은 이미 조선시대 이야기가 됐다. 스승은 그림자 빼고 다 밟힌다는 자조 섞인 농담의 목소리가 나오고, 90% 이상의 교사가 퇴직을 고민한 적 있는 교권 추락의 시대가 이미 왔다. 강한 어조로 다그치면 “아동학대에요 선생님”이라고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그저 한숨만 쉰다.

최근 교사의 사망과 폭행당한 교사의 울분은 학생인권조례가 불러온 부메랑이다. 특히 진보교육감들은 큰 반성을 해야 한다. 과거처럼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교사들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 교권 붕괴를 막아야 한다.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서 학교가 바로 설 수 없고 학생들은 참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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