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2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2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22.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나는 2017년에 자살할 뻔한 교사입니다. 학교 및 학부모위원 자녀 문제로, 학부모 위원들 및 반 학부모들의 오해와 협박만으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가 생겨 지금까지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국에 수많은 교사들이 임용된지 갓 1년된 후배 교사의 슬픈 소식에 공감하고 분노하며 ‘교권침해’ 재발방지를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다른 학생들 보는 앞에서 남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불과 며칠도 안 돼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새내기 교사가 교권침해 의혹으로 교내에서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전국 교사들은 “수위는 다를 수 있지만 전국의 교사들이 비슷한 일들로 많이 고통받고 있다”고 공감하며 분노가 확대됐다. 해당학교에는 수백개의 화환이 배달됐는가 하면, 전국 교사들은 서울에 위치한 분향소로 달려와 직접 추모 행렬에 합세했다. 교사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검은 리본으로 바뀌었고, 지난 22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4천여명의 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교권회복을 위해 모인 이들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이제는 공론화돼서 제도적으로 개선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교권침해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학생의 인권에 비해 교사의 교권 보호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여름, 한 학교에서 3명의 교사가 교권침해 문제로 원치 않은 휴직을 해야만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그때 당시 한 학생이 해당 교사를 무서워하고 숙제를 많이 내준다고 부모에게 말했고, 이를 들은 학부모는 해당 학교에 ‘교사와 학생을 분리시켜달라’고 요구하며 불응 시 ‘전학을 시키겠다’는 민원을 넣었다.

학교 측은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권 침해의 상황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 “병가를 내고 좀 쉬어라”고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해당 교사는 원치 않은 휴직을 하게 됐고, 이 일에 대해 교장·교감은 ‘너무 열심히 가르쳐서 그렇다’는 말을 교사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러한 불가항력적 조치에 화가 난 교사는 신경정신과를 다녀왔고 동료 교사로부터 ‘한 신경정신과에 의사 얘기가 요즘 환자의 80%가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랍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당수의 교사가 교권침해로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혼자 시름하다 결국 찾는 곳이 정신과라는 것이다.

그간 제보와 취재에 따르면 교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이를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 현재까지 없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권보호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에서 쉬쉬하면서 학생을 감싸주는 일이 다반사고 처벌규정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교권보호법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위원장을 교감으로 하고 몇 명의 교사들을 구성해 교권침해 안건에 대해 심사·심의를 할 수 있다. 다만 심사 시 처벌을 내려도 권고 사항이라 강제성을 띄지 않는다.

교권침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들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근거 법안이 국회를 통과시켜야 시행 할 수 있는데, 최근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지난 5월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에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시책을 수립하라’는 내용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도 선생님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확고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라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뜻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입장문을 내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교육부, 국회 교육위원회와 함께 법·제도적 정비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속 제기돼 왔던 교권문제의 대책이 발빠르게 나오고 시행됐다면 서이초 사건은 애초 발생하지도 않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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