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노조 등 개설 웹사이트에
‘교권 침해’ 사례 수천건 게시
황당한 요구에 폭언·폭행까지
“학부모-교사 소통 방법 고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 서초 서이초등학교 신규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센 가운데 현장 교사들이 그간 겪었던 고충을 쏟아내고 있다.

교원노조 등이 개설한 한 웹사이트에는 과도한 학부모 요구사항부터 폭언·폭행까지 그간 교사들이 겪은 교권 침해 사례들이 수천 건 올라왔다. 최근 서울 내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그간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요구사항엔 자기 자녀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 등도 있었지만, 병원 진료, 모닝콜, 교사가 직접 깎은 과일이나 직접 끓인 죽 등 음식 제공, 결석 후 출석 인정 등 황당한 요구도 많았다.

사례들은 보면 A교사는 받아쓰기 지도 과정에서 오답 문제에 빗금을 쳤다가 학부모에게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빗금 대신 ‘별 표시’를 하라는 요구였다. A교사는 비슷하게 느끼는 학부모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틀린 문제에 ‘별 표시’를 원하는 학부모는 연락을 달라고 알림장에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또 다시 학부모는 교사가 본인을 ‘표적’ 삼아 알림장을 올렸다 항의하며 교장실로 찾아와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B교사가 원격수업 기간 한 학생이 계속 수업에 불참하자 학부모에게 연락했다. 학부모는 교사가 ‘모니콜’을 해서 아이를 깨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B교사는 거절하자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부모의 이러한 처사에 교사를 아이의 종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공분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다가 학부모에게 욕설이나 폭언을 듣는 경우, 성적 처리와 관련해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을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이의 마음이 상했다’는 항의는 상당히 흔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부모에게 교사의 죄가 ‘내 아이 기분 상해죄’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교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학부모에게 폭행당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교사들은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의 원칙 없는 대응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교사는 싸우던 학생들을 지도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학부모가 항의하며 부당한 요구를 해오자 교감이 ‘흠 잡힐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학부모보다 더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적었다. D교사는 학생이 학교에서 다쳐 집에 있으니 교사가 와서 보충 지도를 해달라는 학부모 요구를 들었는데 교장·교감에게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해야만 했다.

교육부도 이처럼 현장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겪는 과도한 요구와 폭언·폭행이 더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교권침해 간담회 직후, 이처럼 교사들이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들 질의에 “교육부도 교사분들이 많이 고민하고 여러가지 요구를 하시는 걸 잘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와 학부모 간 대면은 물론 전화나 SNS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을 개선해 교권 침해를 막을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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