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근로자들은 어떤 능력을 준비해야 할까. 최근 세계 곳곳 AI가 교육과 직업에 미치는 소식을 중심으로 주요 전망과 관점 등을 소개한다.

(서울=연합뉴스) 1957년 서울중앙전화국 서국 개국-전화교환원 모습. (제공: 국가기록원)
(서울=연합뉴스) 1957년 서울중앙전화국 서국 개국-전화교환원 모습. (제공: 국가기록원)

AI 발달로 산업 혁신·고용시장 재편

美에선 5월까지 일자리 4천개 감축

사무직이 육체노동보다 자동화 위험

“기존 직종에 AI 기술 익히면 유익”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금이야 실시간 통화에 영상통화까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약 40년 전까지는 전화가 곧바로 연결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전화교환원’이 전화 사용자의 전화선을 상대편에 연결해줘야 했다. 전화교환원은 1902년부터 80여년간 존재했던 유망 직업이었다. 1969년 체신부(현 정보통신부)의 ‘구내전화교환원 자격인정 규정개정령공포’에 따르면 전화교환원이 되기 위해서는 학술시험, 기능시험, 면접 등 자격인정시험을 거쳐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직접 다이얼을 돌려 통화할 수 있는 자동식 전화가 개통된 데 이어 1987년 전국자동교환망이 완성되면서 전화교환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업이 사라지게 된 대표적 예시다. 오늘날 생성 AI 기술이 고용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AI로 인해 특정 직업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직업들의 생존 여부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생성 AI가 미래에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본다. 이 기술이 세계 경제에 수조억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확대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자리 대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근로자의 업무가 10배 더 쉬워지면 그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책이 불필요한 셈이다.

지난 6월 맥킨지 보고서는 생성 AI가 직원 업무량의 60~70%를 자동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더 암울하다. 이들은 생성 AI가 기대에 부응한다면 현재 일자리의 4분의 1이 AI로 완전히 대체될 수 있으며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가 크고 작은 방식으로 AI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일자리가 AI로 인한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봤다.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약 4000개의 일자리가 감축될 정도로 AI는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OpenAI는 미국 노동력의 80%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영향을 받고 최소 10%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AI와의 협업이다. AI는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며 업무 경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자리를 잃기보다는 AI 기술로 인해 변화할 직종도 많다. 우리가 현재 인터넷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워드와 같은 도구가 없이 일했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AI와 GPT 도구가 없는 업무 세계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AI로 인한 직무 변화의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분간은 AI가 직업을 대체하더라도 조종사보다는 부조종사의 역할이 될 것이며 작업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AI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까. 또 AI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직업들은 무엇일까.

ⓒ천지일보 2023.07.23.
ⓒ천지일보 2023.07.23.

◆이번엔 화이트칼라의 자동화 차례

“스스로 물어보라. 다른 사람이 당신이 한 모든 일의 기록을 학습해 당신의 업무 수행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직업은 (AI의 위협에) 취약할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로봇의 지배: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방법’의 저자 마틴 포드는 최근 미국 정보제공사이트 하우스터프웍스에 이같이 말했다.

생성 AI의 등장으로 기계가 자동화할 수 있는 직업의 대상은 블루칼라(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에서 화이트칼라(사무직 종사자)로 바뀌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1일 발표한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법, 문화, 과학, 공학 및 비즈니스 분야의 직업들이 AI로 인한 자동화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OECD 보고서에서 AI가 각 직업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도는 비즈니스 전문가(0.87), 관리자(0.85), 최고경영자(0.84), 과학 및 공학 전문가(0.83) 순으로 높았다. 영향도는 1에 가까워질수록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짐을 뜻한다. 그러나 청소 및 돌봄 노동자(0.25%), 농업·삼림·어업 종사자(0.33), 주방보조원(0.39), 쓰레기 수거 작업자 및 기초 노동자(0.43) 등은 AI의 영향이 가장 적은 편에 속했다.

ⓒ천지일보 2023.07.23.
ⓒ천지일보 2023.07.23.

다수의 인사·경제 전문 매체와 경제 보고서 등을 종합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거의 모든 매체와 보고서는 ‘AI에 영향을 받을 직종’에 그래픽 디자이너(그래픽 아티스트)를 꼽았다. 또 데이터 분석, 제조 및 물류창고 직무, 고객 서비스, 프로그래밍과 코딩 직무, 관리직, 미디어(광고, 기자), 법률직 등이 AI가 대체하기 쉬운 직종으로 분류했다.

AI에 위협을 덜 받을 직종으로는 건설 노동자, 유지·보수, 의료 서비스 제공자, 농부, 교사, 최고경영자(CEO), 운전사(당분간은), 사업 전략가, 운동선수와 코치 등이 꼽혔다. 이는 육체적 직무 또는 복잡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업무, 정신 건강과 관련하거나 감성 지능이 필요한 직종, 사람을 직접적으로 돌봐야 하는 직업이다.

다만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해당 분야의 모든 직업이 같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법률 분야는 AI가 쉽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는 변호사보다 법률 보조원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I 기술 가지면 고용 시장서 유리

한편으로 AI는 고용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새 기술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딥러닝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등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 분야의 일자리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AI를 사용한다면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 애드주나의 제임스 니브는 CNBC에 AI로 급성장하는 직무이지만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무 중 하나로 세무 관리자를 꼽았다. 회계 및 컨설팅 회사는 LLM 기술을 이용해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무 및 AI 기술을 겸비한 지원자를 찾고 있다고 니브는 덧붙였다.

CN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고객 서비스, 글쓰기, 인사, 교육, 의료 분야 등에도 AI가 활용될 기회가 많다고 한다. 니브는 “비기술직 종사자들도 AI 기술을 익히고 이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이러한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고 경험을 쌓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니브는 비기술직 근로자가 다음 세 가지 단계를 통해 AI 기술을 쌓고 고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첫째는 가장 인기 있는 AI 도구를 알아보는 것이다. 챗GPT 등을 직접 사용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라고 니브는 말했다.

둘째는 자신의 업무에 AI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다. 니브는 챗GPT가 다양한 업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과 기사를 찾아보라고 권장했다. 또 최근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교육 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습득한 새로운 지식을 일상적인 업무에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니브는 “미래의 고용주가 이력서를 볼 때 특정 목적을 위해 챗GPT를 직접 사용했다는 이력이 있다면 이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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