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군이 집속탄을 투하하는 모습. (미 공군/연합뉴스)
2009년 미군이 집속탄을 투하하는 모습. (미 공군/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집속탄 사용을 결국 감행하면서 현장에서 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이 먼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타스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가한 집속탄 공격에 러시아 종군기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러시아 측은 공격을 가한 우크라이나 외에도 이를 지원한 미국 또한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가한 이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부하(우크라이나 지칭)들에게 집속탄을 보낸 이들(미국)도 책임을 함께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속탄은 대형 폭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내부의 수백개에 달하는 소형 폭탄이 흩어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미치는 무차별 살상 무기를 말한다. 그 파괴력은 집속탄 한발에 축구장 3~4개 면적이 초토화될 정도다. 그렇기에 ‘악마의 무기’로도 불린다.

이에 ‘집속탄사용금지조약(CCM, 오슬로 조약)’을 통해 사용과 제조가 금지돼 있다. 조약에는 나토 회원국 등 110개국이 가입돼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포함해 71개국은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최전선으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차량을 타고 동쪽 방면으로 이동하던 러시아 종군기자 4명 등이 죽거나 다쳤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집속탄 포격에 사망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종군기자 로스티슬라프 주라블레프. (리아노보스티 웹사이트/뉴시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집속탄 포격에 사망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종군기자 로스티슬라프 주라블레프. (리아노보스티 웹사이트/뉴시스)

사상자들은 리아노보스티 소속 기자 1명(사망)과 사진기자 1명, 그리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소속 기자와 영상 기자 2명 등 총 4명이다. 이들은 집속탄으로 다리와 엉덩이뼈가 골절되거나 파편에 의해 다리, 복부 등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들의 경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와 리아노보스티 등을 소유·운영하는 미디어 그룹 MIA 로씨야 세고드냐 측은 “지난 2014년 돈바스 전쟁 초기 사망한 사진기자에 이어 안타깝게도 두 번째 기자를 잃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에서 집속탄을 지원받은 뒤 남부와 동부 전선을 중심으로 실제 사용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20일께 “우크라이나군이 집속탄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집속탄 지원을 두고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포탄이 떨어져 가기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CNN에 밝혔다. 다만 “영구적이 아니라 미국이 155㎜ 곡사포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만 지원할 방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이 논란의 집속탄 지원을 확정 짓자 독일·스페인·캐나다·뉴질랜드 등 서방 동맹국들조차 우려를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사진은 집속탄 내부 (출처: 신화통신, 연합뉴스)
사진은 집속탄 내부 (출처: 신화통신, 연합뉴스)
집속탄. (AP/연합뉴스)
집속탄. (AP/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