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등록 성도가 1만인데, 출석 성도는 반토막도 안 돼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교회 상황이 100% 좋아질 수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

경기 일산 모 대형교회에서 30년간 안수집사로 있다는 A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이후 자신이 다니는 교회 현실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엔데믹 이후 예배 등 대면 모임이 회복됐지만, 돌아오지 않는 교인들이 많은 탓에 현장 예배 출석률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여파로 침체에 빠졌던 국내 종교계가 ‘회복’과 ‘부흥’을 앞세우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고군분투 중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일에도 텅텅 빈 예배당의 모습을 보는 교인들의 입에선 두려울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면 예배 출석률은 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교인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개신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이던 2020년 4월 조사에서는 13.6%였던 대면 예배 참석률은 2022년 4월에는 26.9%, 올해 4월 조사에서는 70% 가까이 회복됐다.

이 같은 현상은 애초 기독교계의 기대와 어긋난 것으로 돌아오지 않는 교인을 교회로 불러오기 위한 교회 나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계에서 나오고 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내 개신교인 10명 중 9명가량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사라지면 팬데믹 이전처럼 대면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100% 교회가 대면 예배를 재개한 지 이미 오래고, 팬데믹 종료가 공식 선언됐지만 대면 예배 출석률은 팬데믹 이전에 못미치면서 교계의 걱정은 여전하다. 대면 예배 출석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종교인 증가 추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교계는 보고 있다. 

개신교계에서는 대면 예배 참석률이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긴장을 늦추면 한국교회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등 3대 종교의 신자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개신교인의 비율이 1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보아 현재 추정되는 국내 개신교인은 약 771만명으로 추정된다. 과거 한국교회 전성기 1200만이라는 숫자와 비교했을 때 대폭 감소한 수치다. 

한국교회의 교인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대형교회의 현상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초대형 교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50년대 성령 체험을 내세우면서 교세를 확장, 한때 신도 수가 80만명에 육박했지만, 팬데믹에서 벗어난 현재 58만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예배당 폐쇄를 극구 반대했던 한 목회자는 최근 기자에게 “우리 교회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예배당 폐쇄 조치 후로 교인들이 나오질 않는다”며 “정부 조치만 없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부 교회들은 화풀이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놓고 있다. 자유통일을위한교회총연합회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모든 예배를 금지하고 교회 문을 폐쇄했기 때문에 대형교회는 물론 미자립 교회 등이 문을 닫았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코로나19 빙자 사기방역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교회 문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랐을까.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교회 교인 수가 급감하던 상황에서 더 나아지진 않았을 것 같다. 교인 수 급감의 원인이 코로나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 회복부터 말씀의 부재 등 한국교회 쇠퇴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한두개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변화없이 이대로 간다면 너무나도 아찔하다는 목소리가 목회자들에게서 들린다. 교인들의 이탈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와 침체 국면을 이겨내려면 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교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인식부터 다잡고 준비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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