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올해 여름은 잔인하고 답답한 여름이 될 것 같다. 장마가 오면 무덥고 습하고 계속되는 비로 인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비가 쏟아지면 어느 정도 더위가 가시기도 하는데, 올해는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비가 오면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를 겪게 한다. 날씨가 극단적인데, 하도 변화가 심해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홍수 예방과 사후처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장맛비가 쏟아지면 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청주 오송 지하차도가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물로 잠기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국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으로 불가항력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천재지변이든 아니든 장마 때 비가 폭우가 돼 쏟아지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경보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물이 넘치든 쏟아지든 사람이 이에 대처하기에는 쉽지 않다. 더구나 지하차도의 경우에는 바로 물에 잠기기 때문에 그 전에 통행을 금지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도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사태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되고 쏟아져 들어오는 물 때문에 구조도 쉽지 않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홍수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4대강에 수중보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환경오염이 된다는 이유로 보를 해체했다. 누가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환경오염도 홍수도 방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양자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치적 목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1962년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란 책을 통해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돼 봄이 왔는데도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인류에게 경고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류는 계속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리고 점차 심해지고 있는 기후변화는 각종 재해를 불러오고 있다.

날마다 심해지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고 남극과 북극, 그 외에도 지구 곳곳에서 만년설을 녹이고, 해수면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상기후는 점차 빈번해지고 무더위와 한파가 갈수록 예측이 불가능해지도록 심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물폭탄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용량을 넘어선 하수도의 물이 역류하면서 물바다가 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사람의 활동을 억제해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물난리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대책을 세우곤 하지만, 사후약방문보다는 대책이 무용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홍수와 같은 재난은 인간의 예측을 항상 뛰어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같은 경우 범람으로 지하차도가 잠길 가능성을 판단해 통행만 금지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기후가 거의 일상화되면서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면 재난에 대비하는 것을 일상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각종 시설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말로만 폭우에, 홍수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정작 발생하면 시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대비하기도 전에 피해가 발생한다. 이는 결국 재난에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난에 대비하는 매뉴얼이 없다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대처하고 있어도 피해는 발생하게 된다.

헌법을 보면 천재지변이나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여기서 국가란 중앙정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도 당연히 포함된다.

재난은 오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부여된 의무를 소홀히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국가에만 맡길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민주권국가에서는 국민의 의무도 있다. 헌법도 국민의 환경보전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폭우로 생명을 잃은 국민을 애도하며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재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