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 찾은 고객 10명 중 6∼7명
다른 물건도 구매해 집객에 효과적
현대, 압구정 식품관 새로 단장
신세계 강남, 국내 최대 식품관
롯데, 영플라자 맛집 재단장 검토

가스트로 테이블. (제공: 현대백화점) 
가스트로 테이블. (제공: 현대백화점)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국내 주요 백화점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에 따른 실적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식품관관으로 눈을 돌리며 점포 재단장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87→93)가 가장 높은 전망치 상승을 보였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편의점(80→86), 슈퍼마켓(58→71), 온라인쇼핑(66→71)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백화점(94→79)만 유일하게 기대감을 낮췄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백화점이 내림세인 것은 가계 소비여력 약화 때문이라는 평가다. 대형마트가 가장 높은 전망치를 보인 것은 가계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지만, 필수재인 식료품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고, 고물가로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부터 준비해온 먹거리, 체험형 공간 마련 등을 통한 매장 재단장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 업계가 주춤하는 성장세를 끌어올릴 방안으로 식품에 주목하고 점포 재단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식품관 찾은 고객 10명 중 6∼7명은 다른 물건도 구매하는 연관 구매율도 높은 만큼 백화점 업계가 주춤하는 성장세를 끌어올릴 방안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채택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을 프리미엄 다이닝 콘셉트로 재단장다. 압구정 본점의 식품관을 재단장한 건 18년 만이다. 현대백화점은 전체 6750㎡(약 2000평) 넓이의 식품관을 신개념 푸드코트와 하이엔드 리빙 존 등으로 꾸몄다.

현대백화점은 이곳을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과 디저트 브랜드로 채웠다. 그동안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는 볼 수 없던 고급 레스토랑급 서비스도 ‘가스트로 테이블’ 강점이다. 이들 매장에서는 주문한 음식을 직원이 자리까지 가져다주고, 테이블에서 휴대폰으로 메뉴 확인은 물론 주문 및 계산을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향후 외국인 고객을 위한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또 11월까지 추가 리뉴얼을 거쳐 에스프레소 바와 디저트 브랜드 등을 추가로 들이고, 식품과 어울리는 리빙 상품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리빙존’도 오픈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5년 만에 강남점 식품관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작했다. 강남점의 기존 식품관 영업 면적 2200여평을 더해 6000여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재탄생 예정이다. 지난 7일부터 파미에스트리트 일대(뷰티, 영패션 브랜드 입점)를 식품관 매장으로 변경하는 리뉴얼을 시작해 식품관 전체를 내년까지 새단장 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 영플라자를 식음료 중심으로 재단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점이 명동 상권에 해당하는 만큼 영플라자 전체를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을 겨냥한 맛집으로 채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쇼핑 중심의 기존 백화점과 달리 색다른 콘텐츠로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함이다.

백화점 업계는 불황에 고객을 끌어모으는 가장 효과적 수단인 식품관이 향후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백화점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도 이런 추세가 잘 드러난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4월 19∼21일 만 20∼59세 성인 4000명과 국내 주요 백화점을 최근 3개월 내 방문해본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방문 목적으로 물건 구매가 38.8%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구경·아이쇼핑(19.0%), 3위 외식(15.6%), 4위 장보기(10.9%)로 나타났다. 

백화점에서 쇼핑 외에 가장 많이 경험한 것은 외식(87.1%)이었다. 외식 목적으로 방문한 경우 10번 중 6.1번은 추가적인 소비도 했다.

10명 중 7명은 밥을 먹거나 장을 보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가 다른 물건도 구매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기준 식품 연관 구매율은 각각 71.2%와 65.2%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백화점 외형 성장에 식품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 백화점들이 식품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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