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축사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28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28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종전선언을 추진한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정치적 반대진영인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 “정체성 부정세력”으로 규정하며 또 적대적 인식을 드러냈다.

전임 정부에 대해 또다시 날을 세웠고, 정치적 반대파의 견해를 다른 의견이 아닌 반국가세력이라고 주장하는 등 국가정체성의 문제로 여긴 것이라 사실상 협치는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많다. 야권을 국정 협력 대상으로 생각지 않겠다는 기조의 연장선인 셈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24년 만에 대표적인 보수단체를 찾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으로 난감해진 국면을 ‘색깔론’ 정국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도, 즉 이들 단체에게 관련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등 정치적 이득을 위한 지지세력 결집용 행보로 관측했다.

◆“국가정체성 부정세력‧반국가 세력 너무 많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허위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또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돼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이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그리고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도 문제삼았다. 윤 대통령은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비판했다.

특히 “북한이 다시 침략해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 분야의 변화를 열거한 다음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우리 외교는 국제 규범을 존중하는 오대양 육대주 모든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외교로 발돋움했다”고 자평했다.

◆前정부‧야권에 각 세우는 속내는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일관되게 전임 정부에 대한 각을 세워왔는데, 왜곡된 역사 인식 속 맹목적 비난이 서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정부와 무조건 반대 방향으로만 가는데 마땅한 대책도 없어 그 기저에 깔려있는 열등의식의 발로로 일각에선 그냥 싫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 정도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가 합의되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앞걸음으로 나온 것이고 정치적 선언이다. 종전선언은 한국만 추진하려 했던 게 아니라 미국의 방향이기도 했고 그래서 판문점선언이 나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 의회에서도 관련 결의안이 나온 바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사 해체는 종전선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단 팩트부터 틀렸고 게다가 유엔 안보리 제제 풀어달라고 읍소한 적도 없다는 전언이다. 명백히 가짜뉴스라는 얘기다. 되려 대통령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가짜 평화’ ‘가짜 안보’를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보수 유튜브 채널을 그만 보라’고 직격하는 민주당의 논평이 나온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아울러 이번에는 야권도 묶어 싸잡아 비난 수위를 높였는데, 무엇보다 윤 대통령 자신을 ‘자유를 수호하는 세력’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반국가세력’으로 바라보면서 통합의 여지는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민주당이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다” “태극기 부대의 시위 연설 수준”이라고 강력 비판한 것도 당분간 정부‧여당과의 협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강한 발언의 속내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전문가들은 여권 지지층이 집중된 관변 보수단체를 찾은 자리에서 전임 정부와 야권에 각을 세우는 건 보수 지지층 결집과 함께 오염수 문제 등을 색깔론 정국으로 몰아가려는 ‘국면돌파용’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라며 “한국자유총연맹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용기와 열정을 기대하겠다”고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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