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인생은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예전 어른들은 죽어야 근심이 끝난다고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런 일들을 잘 해결해냄으로써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생을 잘 산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반대로 지나친 근심 걱정으로 몸과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어 삶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걱정이나 근심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런 것을 초월한 것처럼 편안한 듯 사는 사람은 있다. 물론 종교지도자 등의 특별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종교지도자처럼 해탈한 듯 살아갈 수는 없지만 조금은 걱정 근심에 초월한 듯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있다. 좀 멀리 바라보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작년 오늘 어떤 걱정을 했었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기 등의 기록을 찾아보기 전에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내년 오늘이 되어도 오늘 했을 걱정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자는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고 말한 적이 있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늘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는 뜻이다. ‘원려’란 한 단계만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가까이서 발생하는 근심 걱정으로 인한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저 그 순간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그만이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면 걱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딸로부터 예전에 자신들을 키울 때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된다면서 힘들 때 어떻게 견뎠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굳이 그 시절로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힘든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질문을 받던 순간의 답은 힘든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그 시절은 다 추억이었고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우리가 좀 더 멀리 볼 수 있을 때, 미래에 갖게 될 근심이나 걱정을 미리 준비해서 방어할 수 있다. 충분한 생각과 시간을 통해서 말이다. 시간이 넉넉하니 더 잘 생각할 수도 있다. 노후에 대한 준비 등이 그것에 해당할 것이다. 가까운 근심 걱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다 쓰고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을 때 나이 듦은 더 이상 축복일 수 없다.

평소에 하게 되는 잔잔한 근심과 걱정을 덜어낼 때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더 큰 에너지를 쓸 수 있다. 최근에 ‘리어 왕’이라는 연극을 봤다.

리어왕 역을 맡은 이순재 선생님은 88세라는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연하셨다. 200분 연극 중에 인터미션 20분을 제외하고 3시간 정도를 주연으로 많은 대사를 소화해 내신 것이다. 연극이 끝나면 최고령자 연극인으로 기네스북에 도전할 것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작은 근심 걱정에 연연한다면 결코 그런 에너지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다면 당장 닥치는 근심이나 걱정의 노예로 살지 않아도 된다.

지금 무언가 걱정이 있다면, 1년 후, 3년 후, 10년 후를 생각해본다면 쓸데없는 걱정임을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산도 바다도 하늘도 멀리서 볼 때 더 아름답다. 인생도 그렇다. 좀 더 멀리, 넓게 생각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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