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먹방과 단식으로 대치하는 ‘진영정치’를 보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국을 두고 여야가 정반대의 방법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를 찾아 성주 참외를 시식했다. 과거 야권에서 나온 ‘사드 괴담’으로 오명을 썼던 성주 참외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앞서 23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횟집을 찾아 공개 회식을 했다.

사드 사태가 진정됐음에도 김 대표가 성주에서 참외 시식을 가진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으로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꾸준히 ‘먹방’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함을 해소시켜야 한다. 과거 괴담의 발원지였던 성주 참외, 미국산 소고기 등을 부각해 그간 야당의 주장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이었는지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한다”고 했다.

야당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윤재갑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6일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같은 당 4선 우원식 의원도 단식에 동참했다. 이와 별도로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반대의 뜻을 단식 농성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먹방과 단식은 문제 해결보다는 자극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여론에 호소할 때 선전전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먹방은 먹는 문제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며, 단식은 중요한 국면에서 승부수를 띄울 때 하는 것이다. 먹방은 국민과 먹거리를 같이 한다는 의미에서, 단식은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는 의미에서 효과를 거뒀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단식은 우리 정치권에서 상징성 있는 행위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당시 전두환 정권에 항의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에 나서 세력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먹방과 단식이 선호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효과를 얻기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해 정치적 이익을 노릴 목적으로 행한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여야의 먹방과 단식에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인간의 기본인 먹는 문제를 놓고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여야 행태를 보고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런 정쟁을 넘어 새로운 정치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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