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韓 재지정 각의 결정
내달 중순 통관절차 ‘간소화’
공급처 다변화·반도체 육성
투자유치 효과 기대감 고조

(히로시마=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3.5.21
(히로시마=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3.5.21

[천지일보=김빛이나·최혜인 기자]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강제동원(징용)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로 촉발됐던 한일 수출규제 갈등이 모두 마무리됐다.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선제 복원에 화답해 한국을 백색 국가, 일명 ‘화이트리스트’에서 4년 만에 완전 복원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과거 반도체 등 치명상을 입은 한국 산업계의 ‘동맥경화’가 풀리고 수출 교류가 다시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 정부는 27일 내각회의에서 한국을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백색 국가)로 추가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정령)을 각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지난 2019년 7월 불화수소·플로우린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3대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규제에 나선 지 4년 만이다. 백색 국가는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전자부품 등을 외국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이나 절차 등에서 우대해주는 국가를 말한다.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은 오는 30일 공포를 거쳐 내달 2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첨단소재·전자부품 등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3개월까지 걸리던 절차가 1주일 정도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도쿄=뉴시스] 일본 정부는 27일 우리나라를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그룹 A·속칭 '화이트리스트')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03.16.
[도쿄=뉴시스] 일본 정부는 27일 우리나라를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그룹 A·속칭 '화이트리스트')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03.16.

앞서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두고 노골적인 무역보복에 나서자 한국도 WTO에 제소한 뒤 백색 국가 맞제외를 하는 등 급랭 가도를 밟던 양국 관계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화해 분위기로 돌아섰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순방해 12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 이어 기시다 총리가 답방에 나서는 등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되면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복원에 따라 향후 기대되는 경제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 확보의 경우 국산화와 공급처 확장을 이뤄 큰 영향은 없지만,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 및 안정적 공급망 확보 측면에서 보면 이번 백색 국가 복원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면서 일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나선 것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제조, 금속소재, 전자부품 등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첨단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색 국가 복원이 이뤄지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일반포괄허가가 가능해진다. 이는 신청자격과 요건이 완화되는 등 한일 양국 기업의 수출입에 도움이 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백색 국가 복원에 대해 “한국의 수출과 수입에 큰 역할을 하게 됐다”면서 “아주 바람직하고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수입한 소부장으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화이트리스트 복원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한 달, 두 달씩 걸렸던 까다로운 통관절차가 화이트리스트 완전 복원으로 단순화되면서 일주일 만에도 가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훨씬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화이트리스트 완전 복원이 이뤄지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최근 챗GPT나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서 반도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한 소부장이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를 의결했다. 2일 오후 강남구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와 테헤란로 등에 계양된 일장기를 철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를 의결했다. 2일 오후 강남구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와 테헤란로 등에 계양된 일장기를 철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