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 상위 20% 통계 자료
만 13~18세 자녀 가구 학원비
지역 서울, 과목 영어 지출 최대
尹 ‘사교육 카르텔’ 근절 추진 중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 ⓒ천지일보 2023.06.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 ⓒ천지일보 2023.06.2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고소득 가정이 학원비로 한 달 평균 114만원가량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가구도 식비나 주거비보다 자녀 학원비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았다.

25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중 만 13∼18세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 소비 지출은 114만 3000원이었다. 이는 653만원인 해당 가구 월평균 지출의 17.5%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 지출은 63만 6000원, 주거·수도·광열비 지출은 53만 9000원이었다. 즉 가족 전체 한 달 밥값과 주거비를 더한 만큼의 돈을 자녀 학원비로 썼다는 의미다.

같은 조건인 4분위 가구의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은 84만 9000원, 3분위 가구는 63만 6000원으로 식비나 주거비보다 많았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4분위 가구가 56만 7000원, 3분위 가구가 51만 8000원이며 주거·수도·광열비는 각각 39만 2000원, 45만 5000원이었다.

전체 소비 지출에서 의·식·주 비용의 비중이 높은 서민 가구 또한 학원비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은 48만 2000원으로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48만 1000원)이나 주거비 지출(35만 6000원)보다 많았다. 2분위 가구 또한 학원비(51만 5000원) 지출이 식료품비(46만 5000원)나 주거비(41만 7000원)보다 많았다.

과목 중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과목은 영어였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어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12만 3000원으로 주요 과목 중 가장 많았다. 수학은 11만 6000원, 국어는 3만 4000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사회·과학은 1만 8000원, 논술은 1만 3000원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59만 6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44만 6000원)와 대구(43만 7000원), 세종(41만 8000원)이 뒤를 이었다. 사교육비가 가장 낮은 전남의 지출은 26만 1000원으로 서울의 절반 이하였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서울이 84.3%로 가장 높았고 경기와 세종이 각각 82.1%, 80.5%로 뒤를 이었다. 서울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91.2%에 달했다.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경향도 있었다. 고등학교 학생 중 학교 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59만원이었다. 상위 11∼30%인 학생은 54만 5000원, 31%∼60%인 학생은 47만 8000원을 각각 사교육비로 썼다. 61∼80%인 학생은 41만원, 81∼100%인 학생은 32만 3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 분야에 대해 강한 개혁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수험생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기 위해선 사교육 카르텔이 근절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초고난도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사교육 문제를 언급하면서 교육당국을 겨냥해 ‘카르텔’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16일 교육부에서 대입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한 것과 관련해 교육당국과 사교육 업계 간 ‘이권 카르텔’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킬러 문항’에 대비가 가능했던 특정 학원가의 문제 유통 구조를 재차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능 출제위원회 출신 인사 등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형 입시학원에 문제를 판매하고 이 같은 문제가 수험생들에게 모의평가를 통해 유통되는 구조를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동안 수능 시험 변별력 확보를 명분으로 교육계에 사교육 카르텔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킬러 문항 출제가 오랜 관행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사교육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지속해서 줄어들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4월 ‘초·중·고교 사교육비 변화 추이 분석 및 향후 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3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 1000억원(21.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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