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글로벌 AI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는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운 말투로 논문 작성, 코딩, 소설 집필 등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작의 영역까지 해내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신드롬이 됐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1차 산업혁명, 전기의 발명으로 자동화와 대량생산이 가능한 2차 산업혁명, 정보통신과 컴퓨터가 가져온 3차 산업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이보다 더 큰 혁명의 물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역사가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과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챗GPT를 활용해 신년사를 작성한 경험을 알리는 등 행정 분야에 챗GPT를 활용하는 방안에 적극적이다. 이에 정부는 ‘AI 공문서’ 시범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가 인공지능을 도입해 보도자료·정책보고서·연설문 등 공문서를 만드는 사업이다. 정부가 개방 DB를 구축해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민간이 AI를 고도화해서 적용 분야를 확인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 기업들도 AI 역량 확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KT와 SKT,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맞춤형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챗GPT 사용으로 사내 보안 우려가 커지자 올해 안에 자체 AI를 도입할 예정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생성형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하는 일에 혁신이 올 수 있다”며 “국내 전문 기업을 통한 맞춤형 AI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을 시도한다. 챗봇,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혁신 금융 서비스 등장과 함께 금융업계 내 생성형 AI 서비스의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 생성형 AI를 도입하면, AI 비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용도 평가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빠른 결정도 가능할 뿐 아니라 업무 자동화로 기존 인력을 고부가 가치 업무에 집중시킬 수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고 개발은 물론 활용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정부나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개인의 능력 제고를 위해서도 거의 모든 분야에 챗GPT 등 생성형 AI의 도입과 활용이 불가피하다.

다만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신뢰성 문제나 보안 우려, AI거버넌스 문제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일각에선 챗GPT가 업무 특히, 정부 업무에 활용될 경우 업무상 비밀이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가짜뉴스·비윤리적 자료가 생성되는 등 기술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이달 안으로 정부 기관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안 문제를 예방할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체 국가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가이드라인에 생성형 AI 기술 개요와 보안 위협, 안전한 AI 기술사용 방안, 기관 정보화사업 보안 대책 등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 국회, 학계와 관련 기업 등 모두가 생성형 AI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본격 논의 중인 미국과 EU 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규제 등도 예의주시해 참고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AI 시대에 역행하는 과도한 규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금기사항이다.

지금 우리는 고강도 규제보다 AI 기술 개발 등 육성정책으로 AI 선진국들을 따라잡는 게 급선무다. 오히려 정부는 혁신을 가로막는 오래된 관행과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생성형 AI를 우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조성하기 위해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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