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정성·공평한 기회 제공
수능 시험 변별력 확보 명분
교육계, 사교육 카르텔에 의존
정부 비판 일타강사 여론 뭇매

국민의힘과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초고난도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수험생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기 위해선 사교육 카르텔이 근절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사교육 문제를 언급하면서 교육당국을 겨냥해 ‘카르텔’이란 표현을 썼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교육부에서 대입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한 것과 관련해 교육당국과 사교육 업계 간 ‘이권 카르텔’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킬러 문항’에 대비가 가능했던 특정 학원가의 문제 유통 구조를 재차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능 출제위원회 출신 인사 등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형 입시학원에 문제를 판매하고 이 같은 문제가 수험생들에게 모의평가를 통해 유통되는 구조를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동안 수능 시험 변별력 확보를 명분으로 교육계에 사교육 카르텔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킬러 문항 출제가 오랜 관행으로 인식돼왔다.

특히 사교육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지속해서 줄어들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4월 ‘초·중·고교 사교육비 변화 추이 분석 및 향후 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3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 1000억원(21.0%)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경우 사교육비 대책을 종합대책 형식으로 발표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또한 문 정부에서 시행한 사실상 유일한 정책인 ‘연도별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혹평했다. 보고서는 “2017년 이후 사교육비 관련 지표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종합대책 형식의 사교육비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며 “내용도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교육과정 바깥 범위의 문제출제를 배제해야 한다”고 한 수능 관련 방침 발언에 대해 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한 이른바 ‘일타강사’들이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자 네티즌들은 비난의 댓글을 쏟아냈다.

‘역사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다지 한국사 강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는 비난의 댓글 등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이다지 강사는 지난 17일 정부 방침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다.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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