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눈으로 본 한국교회는
기윤실, 상반기 대화모임 진행
‘대화 실종’ 등 교회 현실 질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 안에 있다보니까 교회만큼 이중적인 곳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교인)을 ‘숫자’로 대하고 ‘헌금’을 ‘현금’으로 대하는 모습들을 마주할 때 어려움이 느껴진다.”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부 윤진영 목사)

“신앙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활동을 할 때 하나님께서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 게 아닐까. 해석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받아들이고 맞춰가는 과정에서 진짜 하나님 뜻대로 하는 게 무엇일까 궁금증이 있었다.” (서기정 시대전환 여성위원장)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는 목사, 전도사 등 목회자를 비롯해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을 추구해 온 시민단체, 정당, 교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신교 청년 15명이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와 기독교’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국 개신교의 양극화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자는 게 모임의 취지다.

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이러한 취지로 2년 전부터 대화모임을 열어 ‘분열된 사회’ ‘극우 개신교’ ‘대선 정국과 기독교’ ‘정치 개혁’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뤄왔다.

특히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날 모임은 전문가의 발제와 논찬을 듣고 패널 토론으로 이어지던 기존 형식과 달리 사전에 공지된 질문을 통해 패널들이 대화하는 식으로 2시간 남짓 진행됐다.

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와 기독교'를 주제로 청년 대화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캡처)
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와 기독교'를 주제로 청년 대화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캡처)

각자 활동과 사역을 하며 느끼는 한계와 어려움 등에 대해 청년들은 교회 내 불평등 문제, 자본에 잠식된 교회 모습, 대화 부재 등을 언급했다. 

윤진영 목사는 “제가 교회 안에 있다보니까 많이 느끼는 부분은 교회만큼 이중적인 곳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라며 “겉으로는 자본과 먼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자본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모습들을 교회가 보일 때 절망스럽고 힘겨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를 들어 한 교회에 있을 때 직분자들이 내야 하는 헌금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었는데 굉장히 큰 목돈이었다”며 “직분을 맡게 된 한 부부가 ‘부담이 된다’ 했더니 교회에서 ‘할부가 가능하다’고 답변하더라. 사람을 숫자로 대하고 헌금을 현금으로 대하는 모습들을 마주할 때 가장 어렵다”고 했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교회의 보수화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하성웅 총무는 “교회의 보수적인 풍토 속에서 많은 청년이 떠나고 있는 현실은 사실 다 인정하는 문제”라면서 “교회가 보수화되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는 입도 뻥긋 못한다. 교회가 청년들에게 응답을 잘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은 한국교회 안에서의 ‘대화 실종’도 고민으로 꺼냈다. 서기정 시대전환 여성위원장은 “정치권에서도 국민의 뜻이라고는 하는데 의견이 달라 찬반이 나뉘지 않나”라며 “서로가 뜻이 다르면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토론’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제가 있는 기독교 현장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활동을 할 때 하나님이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진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게 무엇일까 궁금증이 있어도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관한 관심과 실천도 촉구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지희 간사는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고 관심과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한국교회가 나서 청년들과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 위기 대처 활동가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 내 여성이 겪는 성차별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에큐메니컬 단체인 ‘고난함께’ 김지애 팀장은 “많은 여성 청년과 사역자가 교회 내 만연한 성차별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보다 안전한 공동체를 찾아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면서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지만,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 공동체 내 성차별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를 넘어 한국사회의 청년 기회 불평등 문제도 언급됐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이광호 대학부 간사는 “캠퍼스 사역을 하면서 청년들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불공평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평등한 기회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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