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공감 능력을 캐릭터에 녹이려고 했고 인종의 다양성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를 자라면서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그것을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내달 14일 디즈니 픽사의 기대작 ‘엘리멘탈’이 개봉된다. 개봉을 앞두고 연출을 맡은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3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엘리멘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영화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열정 넘치는 ‘앰버’가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이민 2세대인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4원소’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해 재치있으면서도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돼 첫 선을 보인 뒤 전세계 언론 및 평단의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피터 손 감독은 디즈니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으로 지난 2016년 ‘굿 다이노’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았으며 이 외에도 ‘버즈 라이트 이어’ ‘라따뚜이’ 등에서는 성우로 함께한 바 있다.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 이후 내한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선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세상을 떠나셨다. 여기서 자라고 그분들의 모든 애정을 보여주셨고 덕분에 이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엘리멘탈은 아무래도 이민자의 이야기라 나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라며 “피터 손 감독과 함께 한국에 와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마냥 설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한 후 가족들과 함께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자 피터 손 감독은 “경복궁, 광화문 인근에 갔는데 한복을 많이 입고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평양 물냉면을 처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면서 전날 있었던 일을 풀어냈다.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 중에서도 불의 원소가 살고 있는 파이어타운은 동양적인 느낌을 받는다. 이에 대해 피터 손 감독은 “파이어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뉴욕에서 자란 경험을 반영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나의 문화를 레퍼런스 삼은 것은 아니다. ‘파이어’라는 것 자체가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혐오, 차별도 있다. 뉴욕에서 내가 겪을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자라면서 느꼈던 것은 여러 민족 공동체들이 잘 섞이면서 살기도 하고 잘 섞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담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애니메이터도 “이민자로서 앰버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다양한 인종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들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살 수 있는지 내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더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특하게 4원소로 도시를 구상한 것에 대해 피터 손 감독은 “학교 화학 시간에 봤던 주기율표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기율표 한 칸 한 칸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같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살았던 아파트가 생각났다. 보륨, 수소 등에 대해 웃기게 만들 수 없어서 가장 기본적인 원소인 물, 불, 흙, 공기로 정했다”며 “거기서부터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각 문화에 대한 캐리커쳐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 구현에 대해 “처음부터 불, 물과 같은 원소 자체를 그려내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며 “이펙트를 사용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예를 들어 ‘웨이드’의 팔이 불로 인해 끓어 오를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게 닭살처럼 보이는 것인지, 또 불이 화가 났을 때 불이 커지는게 화가 난 표현이 될지, 촛불처럼 타오를 때는 연약해 보이는지 등의 인간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에는 단순히 애니메이션 영화를 넘어 이민자의 삶,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회의 포용, 그 속에서 자신을 깨달아가는 과정 등이 담겨있다. 이는 피터 손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는 “‘굿 다이노’ 영화가 개봉된 당시 라디오에 나가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그것을 듣고 오라고 해서 부모님과 같이 방문했는데 그때 나는 무대 위에 있었고 앞에 부모님과 동생이 있었다. 그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울기 시작했고 ‘희생해주셔서 감사하다.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사실 그때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픽사에 돌아와 이 이야기를 했더니 주위 동료들이 ‘너의 영화가 거기에 있다.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서부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님은 60년대 말, 7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많은 것을 겪었다. 당시 외국인 혐오가 있었지만 도와주신 분들도 많았다. 특히 부모님은 식료품 가게를 했는데 다양한 손님들이 왔다. 아버지는 영어 한 마디를 못해도 금방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러한 공감 능력, 다양성의 가치 등을 자라면서 피부로 느꼈고 이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피터 손 감독의 옆에서 함께 했던 이 애니메이터는 제작 고충으로 “원소들의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불의 경우 사람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람의 몸에 불이 붙은 것이 아니라 ‘앰버’ 자체가 불이 되도록 감독님이 강조했다. 불의 일렁임들을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웨이드의 경우 물풍선이 레퍼런스였다. 너무 젤리처럼 보이지 않게, 너무 탱탱볼처럼 보이지 않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다른 원소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고 항상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애니메이터로서 도전이었다. 공기도 항상 둥둥 떠 있도록 했어야 했고 그나마 흙은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돼 편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