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씨가 28일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금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씨가 28일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금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남성이 풀려난 후 바로 자신을 신고한 연인을 찾아가 보복살인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특히 연인 간 범죄 사건에서 현행법상 적절한 피해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피의자 김모(33)씨는 연인이었던 A씨의 데이트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불과 약 10분 뒤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태 금천경찰서장은 27일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나를 신고한 게 기분 나빴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는 가해자가 보복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한 보호조치가 규졍돼 있다.

그러나 단순 데이트폭력의 경우 가해자에 대해 접근금지 등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되려면 가해자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피해자 주거에 침입해 물건을 훼손해야 한다. 가정폭력처벌법이 적용되려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법률혼 또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김씨와 피해자는 교제한 지 1년에 불과하는 등 법률 적용을 피해갔다.

수사기관의 안일한 인식도 도마에 오르자 경찰은 ‘폭행이 경미했고,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은 이제 다툼 수준으로 다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이 발표한 ‘2021년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 해에 발생한 살인사건 772건 중 58건(7.5%)이 교제 중인 연인이 범인이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만 9940건이었던 데이트 폭력 신고는 1년 만인 2021년에 5만 7297건으로 약 3배로 늘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가해자는 2016년 8367명에서 2021년 1만 554명, 지난해에는 1만 2841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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