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한 고도에 원활히 도달
중요 1위 위성 2호 우주 도착
도요샛 1기 위성 사출 미확인
“우리 위성을 우리 로켓으로”
응원한 시민들, 한마음 ‘환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5일 전남 여수시 낭도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돼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천지일보 2023.05.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5일 전남 여수시 낭도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돼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천지일보 2023.05.25.

5월 25일. 순수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세 번째 비행에 도전했다. 누리호는 재작년 10월 21일 1차 발사를, 지난해 6월 21일 2차 발사를 했다. 1차 시도는 3단 엔진의 연소가 조기에 종료돼 목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2차 비행에서는 완벽한 비행을 보여줬다. 누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으로 향후 개발할 중궤도 및 정지궤도발사체와 대형 정지궤도발사체의 기술적인 기반이 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누리호 3차 발사의 결과와 반응을 조명한다.

[천지일보 서울=강수경·손지하·김민희 기자, 고흥=이미애 기자] 누리호가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550㎞ 고도에 8기의 실용위성을 모두 올리는 데 성공했다. 3차 발사의 성패를 가르는 임무인 ‘다중 위성 분리’를 무사히 해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 등 수백억원대의 상용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게 누리호의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이번 성공은 우주 발사체 실용화, 첨단 과학기술 실험, 민간우주산업 활성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된 발사… “정확했다”

이날 누리호의 모든 상태가 정상임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서 1단 엔진이 점화됐다. 하부고정장치에 해제 명령이 떨어지자 누리호에 붙어 있던 엄빌리칼이 자동 회수되면서 누리호는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누리호의 1단 분리는 이륙 123초 후 고도 약 66㎞에서 진행됐고 페어링 분리는 230초 후 고도 209㎞에서, 2단 분리는 267초 후 고도 263㎞에서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예상했던 수치와는 오차가 좀 있지만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정확한 발사였다”고 평가했다.

누리호는 목표 고도 550㎞에 오르고 속력이 줄자 3단 엔진이 꺼졌다. 이후 가장 먼저 약 783초에 주 탑재체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카이스트)를 분리했다. 20초마다 총 7기의 큐브위성을 연달아 놓아줬다.

다만 위성 8기를 모두 사출했다는 초기 발표와는 다르게 도요샛 위성 1기의 사출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 소식을 알리고 있다.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천지일보 2023.05.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 소식을 알리고 있다.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천지일보 2023.05.25.

◆국산화로 美 규제 극복한 한국형 위성

이번 발사는 민간에 기술이전을 시작하는 첫 발사라는 의미가 있다. 산업체에서 만든 위성을 우리나라 발사체로 지원하는 것이 처음이다. 이들 위성은 발사체와 관계 없이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난 2차 발사에서 쏘아올린 성능검증위성과 다르다.

특히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 탑재된 도요샛(SNIPE) 위성 4기는 지난해 중반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빌려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발사 비용을 65%가량 지급하고도 발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발사할 예정이었던 차세대 중형위성(차중) 2호와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도 똑같은 사정으로 발사가 계속 지연된 상황이다. 이번 성공은 우리 손으로 만든 독자 발사체를 통해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발사한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우주 경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로 우주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면 이제부터는 민간 주도로 우주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의 발사 성공을 알리며 “발사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위성 운용과 탐사에 있어 우리 위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누리호는 향후 기술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세 차례 더 발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누리호보다 성능이 3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추진된다.

[천지일보 고흥=이미애 기자] 25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전남 고흥에서 이뤄진 가운데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5.
[천지일보 고흥=이미애 기자] 25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전남 고흥에서 이뤄진 가운데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5.

◆발사 지연에도 시민 응원 열기 ‘후끈’

전날 갑작스럽게 발사 일정이 취소됐음에도 누리호를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기지 않았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전국 각지의 관람객들로 붐볐다. 이들은 발사 장면을 직관한 후 모두 박수로 환호했다.

현장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어린아이부터 90대 이르는 어르신까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누리호가 발사되는 쪽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충북 청주에서 고흥까지 온 가수 신나라씨는 “마침 고흥에서 공연이 있었다”며 “92세 어머니를 모시고 역사적인 현장에 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과 화성에서 왔다는 한 관람객 무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장소에 오게 돼 영광”이라며 “자연환경도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하면서 들떠 있었다.

아이들도 누리호 발사를 기대하는 마음은 같았다. 천안 아산에서 왔다는 초등학교 4학년 이재희 학생은 “친구들이 제발 영상 한 컷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누리호가 고도 550㎞에 이르고 위성 8기 정상 사출도 확인됐다고 발표되자 관람객들은 성공을 확신하며 가슴 벅차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이선순(54)씨는 “눈으로 보고도 실감이 안 난다”며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고흥 주민이라는 한진영(67)씨는 “최종 성공 소식을 확인하고 갈 것”이라며 “누리호가 우주로 무사히 안착해 우리나라가 최고의 우주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천지일보=최수아 수습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가운데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발사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5.
[천지일보=최수아 수습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가운데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발사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5.

이 같은 열기는 생중계를 지켜보던 서울 시민들에게도 전해졌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 있던 시민들은 TV 중계화면을 통해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현직 산업현장교수인 김칠규(64, 남)씨는 “우리나라도 우주에 희망을 걸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이라며 “코로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국민들이 어려워하는 시기에 발사를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앞서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재(63, 남)씨는 “우리나라에 첨단 과학기술이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광”이라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尹 “한국 우주강국 G7 진입 쾌거”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성공에 대해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 G7(주요 7개국)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해 우주 궤도에 올린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밖에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3차 발사는 8개 실용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것으로 1개의 실험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2차 발사에서 엄청나게 진일보한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주과학기술과 첨단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누리호 발사 성공 결과를 보고 받은 후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2022.06.21. (출처: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누리호 발사 성공 결과를 보고 받은 후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2022.06.21.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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