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20배 빠른 5G’ 광고로 제재
공정위, 3사 총합 과징금 336억 부과
“5G 속도 거짓 과장, 부당하다고 판단”
이달 끝 5G 28㎓ 주파수도 회수 예정
5G피해자모임 “정책 실패 책임 고발”
SKT “이론상 속도라는 점 명시했다”
3사, 의결서 수령 후 대응 여부 검토

이동통신 3사 로고. (제공: 각 사) ⓒ천지일보 2022.09.12
이동통신 3사 로고. (제공: 각 사) ⓒ천지일보 2022.09.1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거짓 광고의 여파로 뭇매를 맞고 있다.

24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당시 만들었던 광고에 허위·과대 포장 속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대해 “5G 서비스의 속도를 거짓 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광고한 행위,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68억 2900만원, KT는 139억 3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 5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5G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인 20Gbps를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또한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엄격한 전제조건하에서 계산되는 최대 지원 속도를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경쟁사들보다 빠르다고 광고한 점도 지적됐다.

이통 3사는 ‘최고속도 20Gbps’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2㎇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다운로드’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KT 5G 속도’ ‘5G 속도 측정 1위! U+가 5G 속도에서도 앞서갑니다’ 등의 문구를 사용해 광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최고 속도는 5G+LTE 최대 2.7Gbps, KT는 2.5Gbps, LG유플러스는 최대 2.1Gbps였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등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등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5

이 가운데 이달 말 SK텔레콤을 끝으로 3사는 5G 28㎓ 주파수를 모두 회수당할 예정이다. 28㎓는 ‘LTE의 20배 빠른 5G’를 구현 가능한 주파수다. 3사는 이 주파수 대역의 기지국의 의무 구축 수량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공정위에 제재를 받은 것과는 별개로 이통사들이 실제 거짓 광고를 한 셈이 된다.

이에 일부 5G 가입자들은 피해를 변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불량 5G 가입 피해를 주장하는 단체 ‘5G 피해자모임’은 이날 오후 건설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5G’를 홍보했던 정부와 이통 3사를 규탄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21년부터 2년여간 5G 피해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참여자 수는 1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불통 5G가 LTE와 다름없다는 점을 지적해 인당 100만~150만원(5G와 LTE 요금제의 차액 5만원×24개월치 내외)의 피해를 이통 3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4년 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내세웠던 정부의 대표적 통신 정책은 결국 국민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5G 속도를 마치 실제 이용 가능한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면서까지 정책성과 부풀리기에 혈안이 됐던 정부, 당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유영민 전(前) 장관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특정 집단과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겨준 꼴”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통 3사에 대해서는 “5G 전국망도 제대로 구축해 놓지도 않고서 왜 고가의 5G 서비스에 국민을 가입시킨 것이냐”며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이용자들에게 부당하게 과다 청구된 요금 피해를 속히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유 전 장관과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불통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5G 피해 조사 결과와 개선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불통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5G 피해 조사 결과와 개선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5G 피해자모임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공정위 과징금 액수가 터무니 없이 작게 나왔다고 아쉬워하는 분이 많다”며 “다음 재판 기일 때 이통사가 28㎓ 주파수를 회수당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품질(LTE의 20배 빠른 5G)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 상황과 이번 제재 결정을 제출해 불법 행위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나서서 정부와 이통사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통 3사에 “5G 20배 빠른 허위·과대·과장 광고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책임이 있다. 현실적으로 대국민 서비스가 어려운 점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한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이통사들은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 및 품질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알 권리 및 선택권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고통받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요금제를 개선하고 통신 품질을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SK텔레콤은 “통신 기술의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대응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소비자에게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송부받으면 세부 내용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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