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보유 의혹 충격파가 계속 이어진다. ‘제2의 조국 사태’라고도 한다. 조국 사태의 핵심은 ‘위선’에 있다. 자신들이 가장 깨끗하고 가장 정의로운 척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자신들이 더 부패하고 더 부정직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사실에 있다. 끝까지 부인과 정당화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실망한 것이다.

조국 사태 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김남국 의원 사태에서 나타나는 모습도 완전히 똑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태가 발생하자 ‘쇄신 의원총회’라는 걸 했는데 거기서 나온 의원들의 얘기는 더욱더 가관이다. 당 지도부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다”고 나온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자 양이원영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반박했다 한다. 박성준 의원은 “왜 이렇게 수세적인가. 도덕성 따지다가 우리가 맨날 당한다”고 했다 한다. 유정주 의원은 의총 후 올린 SNS 글에서 “소명이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자. 제발이지 사냥하지 말자. 우리끼리라도!”라며 ‘김남국 의원을 우리끼리라도 지켜주자’ 하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프로테고 막시마’라고 게시했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악마로부터 강력한 보호막을 칠 때 하는 주문이다. 도대체 누가 악마라는 소린가.

김남국 의원은 쇄신 의총을 두 시간 앞두고 전격 탈당했다. 탈당을 하는 순간부터 ‘잠시 떠난다’며 복당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합니다.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납니다.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라며 ‘부당한 정치 공세’ 운운한다. 의총에서는 당 내에서 진행된 그간의 조사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결국 김남국 의원은 그조차 피하기 위해 탈당한 것이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탈당과 복당의 모습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그 같은 전력이 숱하게 반복되고 있다. ‘검수완박’을 강행하며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도 결국 복당했다. 윤미향 의원, 김홍걸 의원, 양이원영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시켜주려고 탈당이 아닌 출당 조치를 취했다. 얼마 후 양이원영 의원은 슬그머니 복당했다. 최근 불거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스캔들에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이 탈당했다. 김남국 의원도 탈당했다가 소나기가 지나가면 슬그머니 복당할 계획임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김남국 의원의 위선은 자신의 정치후원금 모집 당시 행태와 비교해 더욱 공분을 샀다. 김 의원은 지난해 후원금 모집에서 국회의원 중 1등을 차지했다. 그는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면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 “3만 7000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 “돈이 없어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 방 두 개 안 빌리고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 등의 말로 호소를 했던 것이 적효했다 한다. 지금 그 내용들을 소환하며 MZ 세대는 ‘거지 코스프레’를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알고 보니 그때 그의 코인 지갑에는 무력 60억원의 거액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김남국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와 본회의 진행 중에 수시로 코인을 거래한 행동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자격 상실감이었다. 김 의원이 한동훈 장관을 공격한다면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인식하며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정말 의아하고 어이없으며 웃긴 장면이다. 김 의원이 내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으며 특히 그 착각의 내용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알고 보니 김 의원이 그처럼 저질 의정 활동을 하는 순간에 코인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들은 김 의원의 코인 거래 사실을 접하고서야 김 의원의 그때 그 저급하고도 이상했던 행동이 이해가 된다.

민주당은 버티고 미루다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 조사부터 하고 나중에 제소해도 늦지 않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너무 안 좋으니 물러선 것이다.

김남국 의원 사태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이탈 폭이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0대에서 12%포인트, 30대에서 9%포인트 빠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젊은층의 비판의 목소리는 일찌감치 나왔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김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 규정했다.

민주당의 모습은 정의와 공정, 상식에 민감한 젊은층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다. 민주당만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게 반응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상대당인 국민의힘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스캔들, 김남국 의원 사태 같은 일련의 일들이 이어졌으면 민주당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미 ‘이재명 대표 방탄’에 올인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일 것이다. 위에서부터 썩고, 이 일 저 일 모두 ‘부당한 정치 공세’라며 썩은내를 물타기 하는 동안, 모두가 썩은내에 둔감해진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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