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金제소에 “만시지탄”
金논란 확산에 당 내홍 악화
이재명 리더십 손상도 지속
‘대안부재론’ 반박 나오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 민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 민주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가상화폐 이상 거래 의혹’을 받는 김남국 의원의 징계 추진을 결정했지만, 제소 시기 등을 놓고 당내 비판이 확산하면서 논란의 파장은 사그라질 줄 모르는 모양새다. 이에 당내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와 함께 지도부 재신임 가능성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선 지도부의 김 의원 제소 시기를 놓고 당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도부의 김 의원 제소 시기에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쳐 원통해 탄식함)’이라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김 의원 제소가 이재명 대표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아끼는 사람을 내침)’ 결단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행정가로서의 때를 벗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읍참을 하려면 단칼에 해야 되는데 할까 말까 이걸 한 사흘 정도 해버리면 마속은 아마 쫄려서 죽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당내에선 지도부의 김 의원 제소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여럿 나온 바 있다. 제소를 할 계획이었으면 지난 ‘쇄신의원총회’ 때 이를 확정했으면 됐다는 것이다. 해당 의총 당시 결의문에서 김 의원 제소 내용이 빠져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를 향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또 지도부가 의총 때 김 의원 징계 의사를 밝히지 않고 당내 반발 이후 이 대표가 그의 제소를 결정한 건, 주변 분위기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징계를 결정한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논란에 책임지고 대응하려는 당의 의도가 김 의원 제소에 담기지 못하면서 오히려 비판의 소지만 제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비상대책위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비상대책위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8

다만 당 지도부는 결의문에서 김 의원 제소를 뺀 건 숙려 기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김 의원 제소를 의총 이후 결정한 데에 이미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당의 자체조사에 한계점이 보였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같은 지도부의 입장을 재차 밝히며 “(결의문에서 내용) 일부가 빠졌던 건 쇄신의총 당시 모든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박광온 원내대표도 귀한 의견들이긴 하지만 합의문에 담기에는 부족하다 싶어서 뺐던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개혁의 딸(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김 의원에 대한 당의 조치에 “합법 투자” “과도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당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 의원 출당 반대 청원은 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가 하면, 이 대표의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김 의원을 향한 응원과 함께 그를 비판한 정치인들을 겨냥한 비난이 속출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당 내홍도 함께 악화하자 일각에선 갈등을 멈추고 의혹 해소에 당이 뜻을 모으고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현 상황이 지속할 시 김 의원의 논란은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조국의 강’을 건넜으면 됐지 ‘남국의 강’은 왜 들어가려고 하나. 당이 지금 어려움 속에 있는데 친명(친 이재명 대표)‧비명(비 이재명 대표) 싸우는 건 더 나쁘다”며 “민주당도 돈 봉투에서 코인 사태까지 왔으니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8일 오전 '서해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몰이 혐의' 관련 재판 출석을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8일 오전 '서해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몰이 혐의' 관련 재판 출석을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논란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계속 손상을 입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이미 당내에선 지도부 재신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총선을 1년 미만 앞둔 시점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건 당에 상당한 패널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내에선 이 대표 외에 당의 리더를 맡을 인물이 없어 지도부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존재해왔다. 반면 일각에선 현재 당에 필요한 인물상이 ‘대선을 승리할 인물’이 아닌 ‘당을 안정시키는 관리자’인 것을 고려할 때 이 대표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만남에서 민주당의 ‘대안부재론’에 관해 “당내에 만연히 떠돌던 말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은 대선을 이길 사람이 아닌 당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에 있었던 2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생각해보라. 하나는 이 대표의 구상을 반영한 윤호중 체제였고, 다른 하나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구성한 우상호 체제였는데, 어느 때가 더 안정됐던가”라며 “대안부재론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쪽에서 만든 프레임일 뿐이지, 인원 대체가 필요하면 당내 의원들은 의견을 모아 적합한 인물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너진 1년, 견뎌낸 사람들’ 주제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너진 1년, 견뎌낸 사람들’ 주제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9.

의혹에 대한 여당의 압박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일 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선 징계 절차 속도를 두고 여야 위원 간 이견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숙려기간을 최대한 줄여 조속한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상 절차를 급하게 진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때 민주당이 언급한 법은 국회법 46조 제3항으로, 해당 조항에 따르면 윤리특위는 의원 징계 심사 전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다만 민주당에서 국회법을 내세우며 절차를 강조해도, 국민의힘의 김 의원 징계에 대한 신속 추진 압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의혹에 대해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의견이 대거 나온 바 있으며, 김 의원의 탈당으로 당의 입김이 그에게 상대적으로 덜 닿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이미 자체조사를 사실상 종료했고, 김 의원에게 요청했던 가상자산 매각이 요원하게 된 부분도 국민의힘이 압박 수위를 높일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변재일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변재일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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