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정치·경제적 국가이익을 최대화시켜야 한다. 강대국이 주변에 즐비한 한국은 미중패권전쟁 시기에 등거리 외교를 통해 몸값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적 외교만이 변화무쌍한 국제외교환경과 한반도의 영원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국가가 스스로 발목 잡히는 외통수 외교 노선은 국가이익 훼손과 화만 자초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현 시기 필리핀, 인도가 취하는 대외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국가위상상 이들 국가가 한국보다 비교우위가 없다. 그럼에도 국가이익에 기반한 그들의 균형외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던 뿌리 깊은 적대적 감정이 상존한다. 중국은 인접국 파키스탄을 끌어들여 인도를 견제함은 물론 해상물류를 위해 항구까지 사용권을 가졌다. 육지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경제적 군사적 루트를 안전하게 확보했다. 중국이 턱밑까지 진출해 안보위협 한다. 이에 질세라 인도는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쿼드를 조직해 서방에 한발을 담구고 중국을 견제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미국의 말만 경청하지 않는다. 러우전쟁 직후 미국은 인도에게 러시아를 지원하는 어떠한 행동도 직접 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듣는 척만 하고 자국이익 틈세 만을 노리고 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국제유가의 3분의 1가격으로 원유를 판다고 하니 미국의 발언을 안중에 두지 않고 러시아 원유를 수입한다.

러시아를 압박하려 했던 미국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쿼드에 가입한 국가가 어떻게 비상식적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국가 이익적 관점에서 볼 때 만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필리핀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국제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미중 간에 줄타기 외교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국가다. 필리핀은 미국과 1951년 군사동맹을 맺었다. 한때 수빅만은 미군의 대표적 세계기지로 알려졌을 정도다.

남태평양 지역의 물류 30% 이상이 필리핀을 통과해 말레카 해협으로 오고 간다. 해상물류의 중심에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중국과 남중국해 도서영유권 주장으로 충돌이 상존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일방적 친중정책으로 유명했다. 두테르테는 집권기간 미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거의 친중정권이라고 불려졌다. 그런데 마르코스 주니어로 인해 확 달라졌다.

중국에게 1월에 228억 달러 투자를 받아 냈다. 그러면서 5월 1일 미국 바이든의 초청으로 국빈 방미한다. 추가로 4곳을 늘려 총 9곳의 미군기지를 갖게 된다. 중국의 목에 가시를 끼게 만들었다.

미군과 4월에는 1만 7600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군사훈련까지 필리핀에서 실시했다.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이고 중국견제의 최상의 입지를 자랑하는 국가가 한때 친중노선이라는 일방성에서 탈피하고 미국과 견고한 군사적 훈련까지 하는 국가로 일거에 탈바꿈 했다. 미중 등거리 외교의 전형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양국 구애를 받아내는 지혜로 결과적으로 국제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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