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대신 CTS콘서트
서울광장 사용 허가 논란
의혹 거센데 “문제없다”

지난해 6월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광장 사용신고에 대한 서울시 행정 규탄 기자회견(오른쪽 사진)을 하고 있다. 왼쪽은 맞은편에서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서울광장 사용 승인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지난해 6월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광장 사용신고에 대한 서울시 행정 규탄 기자회견(오른쪽 사진)을 하고 있다. 왼쪽은 맞은편에서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서울광장 사용 승인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서울시가 오는 6~7월 열릴 예정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한 가운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퀴어축제 조직위원회 측은 서울시의 부당한 개입과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압력 등으로 인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관련 조례에 따른 적법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진보 개신교계 등은 ‘반동성애를 내세운 보수 개신교 세력의 입김이 미친 것’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퀴어축제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 축제다. 2000년 이후 매년 여름 열리고 있다.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은 2015년부터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최한 2년을 빼면 총 6차례 서울광장을 이용했다. 지난해 축제 때는 1만 3000여명이 참가해 서울광장 일대에서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위원회는 올해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지난 3일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하면서 출발부터 엎어졌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적법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전말은 이렇다. 퀴어축제 조직위가 지난달 3일 오는 6월 30일~7월 1일까지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는데 같은 날 개신교 단체인 ‘CTS 문화재단’도 6월 30일~7월 1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회복 콘서트’를 열겠다고 사용 신청서를 제출했다. 광장 하나를 두고 두 단체가 동시에 사용 신청을 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CTS문화재단이 낸 신청서를 받아들였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6조에는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어린이·청소년 관련 행사, 공익적 행사 등을 우선 수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는 양측에 중복 신청을 알리고, 행사 날짜를 조정할 의사를 물었는데 양측 모두 조정이 어렵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열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재적 위원 12명 중 출석한 9명 전원이 CTS문화재단 행사를 찬성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과도한 신체 노출 금지 등 조건부로 퀴어 축제 측에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내준 바 있다. 당시에는 퀴어 축제 측이 단독으로 사용 신청을 내 이번과 같은 사용 시비는 없었다. 

퀴어축제 조직위는 입장문을 내고 “조례에 따른 적법한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개입과 혐오세력의 압력 등이 사실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정 시 보통 유선과 대면으로 모두 의사를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전화로만 묻고 곧바로 시민위에 상정됐다”는 지적이다. 

성 소수자 단체인 ‘성 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도 “해당 조례는 ‘성별, 장애, 정치적 이념, 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고 돼 있는데 서울시가 형식적인 우선순위를 내세워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고 문제 삼았다. 

한국 보수 개신교 세력이 ‘반동성애’를 내세워 압력을 가한 결과라는 의혹도 나왔다. 개신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실린 칼럼에서 심정용 목사는 “당초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기로 한 날에 서울광장에서는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가 열리게 됐다”며 “굳이 그 날짜에 딱 맞춰 그 장소에서 해당 행사를 열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정황상 이번에도 한국 개신교 혐오 세력이 뭔가를 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보수 개신교 측은 올해도 어김없이 퀴어 축제를 ‘음란 행사’ ‘동성애 축제’ 등이라고 비난하며 행사 개최 불허를 요구했다. 급기야 30만명이 모여 퀴어 축제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거룩한 방파제 통합 국민대회’ 사무총장 홍호수 목사는 지난 23일 열린 특별기도회에서 “거룩한 방파제를 세워야 동성애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악법들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가 퀴어 축제의 서울광장 허용을 불허하자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성명을 내고 “한국교회는 동성애 행사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것을 적극 반대해 왔다”며 “서울시는 바람직한 결정을 했다”고 환영했다. 

퀴어축제 조직위는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퀴어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 관계자는 “그래도 7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반드시 열린다”며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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