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보증보험 허점 악용돼
변제 없는 대책 ‘한계 명확’
“임대차 시장 투명화 필요”

28일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주최로 정부 전세사기 특별법안 비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4.28 (출처: 연합뉴스)
28일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주최로 정부 전세사기 특별법안 비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4.28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정부는 ‘전세사기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대출의 허점과 치솟은 전세보증금을 노린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사기꾼의 등장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다. 정부는 저리 대출, 매입임대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피해변제에는 선을 그었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선 허술한 전세대출 구조 개선과 함께 임대차 시장의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오는 6월 전월세 신고제가 본격화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 관련 통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전세사기 대응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1천여채가 넘는 빌라를 소유했던 ‘빌라왕’이 사망했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각종 전세사기 피해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만 발생한 피해 가구만 3천여세대에 달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서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노숙인을 ‘바지 사장’으로 세우는 등 사기꾼들의 조직적인 범행도 치밀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0% 가까이 되는 전세대출이 쉽게 나오고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이 100%로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없어도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의심 없이 계약을 맺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4.27 (출처: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4.27 (출처: 연합뉴스)

통상 전세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있어 저금리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친 상황에서도 각종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면서 시작됐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전세수요가 급감했고, 월세로 옮기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났다. 이에 무자본 갭투자를 남발했던 임대인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었고, 이는 대규모의 전세사고로 이어졌다.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피 같은 보증금을 잃은 세입자들이 연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저리 대출과 임시 거처 마련, 매입 임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는 부분에는 선을 그으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 기준도 100%에서 90%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임대차 시장의 투명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세사기의 집중 타깃이 된 주택 유형도 시세 등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라는 점에서다. 또 각종 실거래가 통계 자료가 많은 아파트와 달리 빌라 등에서 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점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현관에 전세사기 피해 호소문이 붙어있다. 2023.4.18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현관에 전세사기 피해 호소문이 붙어있다. 2023.4.18

특히 전월세 신고제가 내달 1일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2021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 1년간 계도기간을 운영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자발적인 신고도 미흡해 계도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 6천만원, 월세 30만원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에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임대인들은 정부가 이를 세수 확보에 활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시장이 투명해질 거라며 반기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상한제 본격 시행으로 임대차 계약 실거래가 통계가 발표될 경우 제대로 된 가격을 알 수 없었던 빌라 등의 임대차 계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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