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출처: WHO 트위터 캡처)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출처: WHO 트위터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한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0년 1월 PHEIC를 내린 지 3년 4개월 만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마찬가지로 팬데믹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큰 희망을 품고 코로나19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넘게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인구 면역력이 증가하고 사망률이 감소했으며 보건 시스템에 대한 압박이 완화되는 등 팬데믹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추세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따라서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한 것은 큰 희망이다”고 덧붙였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경계 선언이다.

실질적으로 이번 WHO의 선언이 많은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많은 국가가 이미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종료했으며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시행했던 거의 모든 공중보건 규제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는 11일에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할 예정이다. WHO가 비상사태 해제를 결정함에 따라 우리 당국도 머지않아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는 1단계 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PHEIC 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인류의 관계 변화에서 중요한 순간이다.

팬데믹 기간 인도 공중보건재단을 이끌었던 K. 스리나스 레디 박사는 백신 접종이나 감염, 또는 두 가지 모두를 통해 형성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코로나19 면역력을 고려할 때 비상사태 해제 결정은 적절했다고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같은 수준의 위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숙주와 특정 유형의 균형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또 레디 박사는 비상사태가 종료된 데 대해 “인류가 성취한 순간이자 과학의 쾌거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의 성격을 변화시킨 것은 진화 생물학뿐만 아니라 백신 마스크, 여러 공중보건 조치를 통해 바이러스가 실제로 덜 치명적이게끔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5일 기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6억 8760만 968명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686만 9839명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독립적인 연구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년 전 WHO는 팬데믹 초기 2년 동안 1500만명이 더 사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각국이 희생자 수를 얼마나 과소 집계했는지를 드러내는 수치다. 이집트에서는 공식 코로나19 사망자 수의 약 12배에 달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파키스탄에서는 8배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5일 기준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출처: 월드오미터 캡처)
5일 기준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출처: 월드오미터 캡처)

그리고 코로나19는 계속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지난 4월 3일부터 30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280만명의 신규 확진자와 1만 7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줄였기 때문에 이 수치는 상당히 과소 집계됐을 것으로 보인다.

PHEIC는 2020년 1울 30일,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 213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을 때 내려졌다. 이 선언에 따라 WHO가 코로나19 관련 각종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2019년 말 인간에게 침투한 이 바이러스는 예측할 수 없는 질병으로,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빠르게 변이를 일으켜 여러 국가를 황폐화 시켰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퍼져 2022년 미국 내 사망 원인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첫 백신은 영국에서 2020년 12월 8일 접종됐다. 당시 90세 여성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1년 37일 만인 2021년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첫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공식 확진자가 WHO에 보고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으로 과학의 놀라운 승리였다. 그러나 백신 개발의 협력 과정 뒤에는 사재기와 민족주의라는 암울한 시기가 이어졌고 선진국 사람들이 2차, 3차 백신을 접종받고 1년 후에야 아프리카 등에서는 겨우 5%만이 백신을 접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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