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반대에 궁지 몰린 정부
“디폴트엔 800만명 이상 실직”
헌법 14조 확대 해석 여부 관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국에서 국채 부도 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가 내년 예산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한도 상향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행정부는 ‘비상조치’ 카드까지 꺼내 들 태세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의회가 결국 부채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미국 전역은 앞으로 한 달이 채 못 돼 경제적 재앙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행정부는 수장인 바이든 대통령이 사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수정 헌법 14조에 대한 비상조치 발동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정해놓고 의회가 이를 상향하지 않으면 그 이상의 빚을 지지 못하도록 두고 있다. 그 한도는 현재로서도 한화로 4경원이 넘는 31조 381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수정 헌법 14조에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는 조항도 나온다. 수정 헌법 14조는 과거 1861~1865년 남북 전쟁 이후 채택돼 지금껏 시행됐다.

이에 최악의 경우 수정 헌법 14조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의회 동의 없이 국채를 발행하는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게 바이든 행정부 입장이다. 법의 적극적 해석이 가능하다면 의회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채한도를 올려 채무 불이행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4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살피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월 4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살피고 있다. (출처: 뉴시스)

현재로선 만기가 돌아온 기존 국채를 상환하지 못해 이르면 내달 1일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막고자 백악관과 재무부, 법무부의 경제·법률 참모들이 최근 수개월간 수정 헌법 14조 발동 가능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여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디폴트를 피하고자 부채한도를 늘려야 하는 게 의회의 의무라고 수차 강조해왔다.

한편 과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에도 수정 헌법 14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실행에는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법부나 행정부가 비상조치를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 와중에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약 83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하고 주식 시장이 45%나 급락하는 등 미국 경제에 크나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백악관팀 경제 보좌관 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다. 3가지 단계로 나눠 분석했는데 단기 디폴트라고 하더라도 연내 5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 들고, 국내총생산(GDP)이 깎여 나갈 것이라고 백악관 경제팀은 보고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일(현지시간) 상·하원의장들과 만나 부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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