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으나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오전 9시 59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냈다.

10여분 만에 청사 밖으로 나온 송 전 대표는 미리 준비한 A4 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에서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이날 검찰 자진 출두는 검찰이 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정치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개인이 임의로 검찰에 출두하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일방 발표하고 날짜까지 선택한 피의자는 처음 봤다. 검찰은 현재 송 전 대표의 혐의에 대해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일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지역본부장과 상황실장 등의 주거지 3∼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추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그가 2015년 설립한 싱크탱크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의 기부금까지 경선자금에 썼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와 경선캠프 등에서 회계업무를 맡았던 모 인사가 송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귀국하기 전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서로 말맞추기를 하고 귀국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보통 선거 사범 사건의 경우 돈이 어떻게 조성돼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의 유통 경로를 밝힌 다음 최종 수혜자를 소환조사하는 게 관례이다.

송 전 대표 의혹사건은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3만개에 달하는 녹취록 중에는 송 전 대표가 직접 돈 봉투를 마련하는 데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정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돈 봉투 살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측근들이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정치적 술수를 부리기보다는 야당의 전 최고 책임자로 자숙하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다. 검찰은 앞으로 송 전 대표의 수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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