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시작 후 첫 대화
여유 보이는 李‧격앙된 유동규

서울=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왼쪽)이 대표에 앞서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원 내 다른 출입구를 통해 이 대표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서울=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왼쪽)이 대표에 앞서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원 내 다른 출입구를 통해 이 대표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천지일보=이재빈, 홍수영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첫 법정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은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말을 섞은 것이다. 유씨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형님을 정신병원에 집어넣게 시켰지 않았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맞붙었다. 첫 대면은 지난달 31일이지만 문답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유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재수사 이후 입장을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과 증언을 이어왔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도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 피고인 신분인 이 대표는 이날 증인인 유씨를 상대로 역공을 펼쳤다. 

이 대표는 유씨 주장의 허점을 추궁하며 여유를 드러내지만, 유씨는 질문을 거듭하면서 진술이 번복되는 등 수세에 몰리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법정에서 유씨는 이 대표의 변호인이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1공단 공원화 관련으로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한 게 기억나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때 이 대표는 유씨에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인가. 1000억원 만들 수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 변호사한테 이야기했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유씨는 “네”라고 답라며 금액 등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씨의 답에 대해 이 대표는 “녹취록에 1000억원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2013년 3월이었다”며 “이 얘기를 나한테 들었다고 하면서 검찰 조사에서는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들은 얘기라고 했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어 “내가 2013년 2월 신년간담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면 3700억원이 남아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몇 달 뒤 공원 조성에 1000억원밖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건 말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그때 시장실에서 둘이 앉았을 때 제가 시장님 말씀을 들었다”며 “시장님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말씀하시고 대화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이 대표가 “내가 그림을 그린 게 없어 보인다. 내가 그린 게 어떤 건가”라고 묻자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림을 그린 것은 증인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유씨는 “저도 시장님도 (함께) 그렸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고도 재차 밝혔다.

유씨가 김 전 처장은 공사 입사 직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여러 차례 함께 직보했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이에 유씨는 “위례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처음 가서 시장한테 보고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위례 사업 추진 때의 구체적 상황을 묻자 유씨는 다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씨의 대답에 이 대표는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않나”라며 “답답해서 물어본다. 팩트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후로도 이 대표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유씨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이때 유씨는 몇 차례 더 진술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만배팀’이 대장동 사업에 들어온다고 보고했다는 유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증인이 불법행위를 하면 제가 그것을 용인했을 것 같나”라고 응수했다.

유씨는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모르셨나. 시장님 최측근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때 이 대표가 재차 질문하자 유씨는 격앙된 어조로 “시장님은 형님을 왜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나. 그런 범죄라든지 밑에 사람들에게 안 시켰나. 다 시키지 않았나”라며 “시청에 불법 취업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 16일 유씨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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