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을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이길래 찔러도 감각조차 없는 것일까. 지도부부터가 도리어 억울하다며 사안 자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5일 ‘송영길 전 대표의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질문을 받자 “우리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가느냐”고 답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같은 대응을 보였다. 송 전 대표 기자회견에 대한 질의에 이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을 언급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당의 문제를 묻자 국민의힘 전 의원들을 거론하며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불만도 황당하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김 전 의원의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할 때 검찰이나 경찰은 왜 언론에 이야기하지 않는지 불공정하다”며 검·경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심지어는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민주당 탈당과 귀국을 발표한 송 전 대표를 영웅시하는 발언까지 내부에서 나오는 형국이다.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 후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그를 ‘큰 그릇’이라고 하고 민주연구원 남영희 부원장도 ‘진짜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당이 극성 팬덤에 둘러싸여 민심에 둔감해진 줄은 알았지만 정도가 심하다. 녹취록 등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온 만큼 의혹 자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내부 혁신을 꾀하는 정치쇼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 대응책으로는 대의원 권한 축소 등 불법 정치자금이 오갈 수 있는 구조 자체를 개선한다는 방침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묵은 돈 봉투 관행이 구조만 살짝 바뀐다고 해결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그간 잃은 민심에 다시 닿기 위해선 고강도 혁신안을 통해 지도부부터 환골탈태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금의 태도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여당이라고 크게 다를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만 주구장창 비난하며 반사이익을 얻을 생각뿐 아닌가.

거대 양당이 번갈아 자책골을 기록하는 가운데 여도, 야도 싫다는 무당층은 최근 30%를 넘기면서 ‘제3지대’ 신당론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쇄신하지 않은 당은 어떻게든 정치적 대가를 치른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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