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리조트에 배송로봇 5대 도입
한 번 배송으로 최대 3건의 주문 해결
네트워크 구축, 관계사와 연동 등 노력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KT가 제주신화월드에 판매한 LG클로이 로봇이 가동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KT가 제주신화월드에 판매한 LG클로이 로봇이 가동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LG클로이 서브봇입니다. 물품의 배송을 시작합니다. 도착 시 18○○-49△△ 번호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물품 수령지: 신화월드 랜딩관 000호 현관, 로봇명: 똣똣, 서랍: A’

팬데믹의 영향으로 야기된 호텔 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할 배송로봇들이 등장했다. 아무리 넓은 호텔이라도 로봇 몇 대면 투숙객이 원하는 물품을 신속·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다.

KT는 “KT의 네트워크 구축 역량과 협력사와의 협업·검증 노하우를 한껏 발휘했다”며 지난 25일 제주신화월드에 배치된 5대의 배송로봇을 기자단에 공개했다. KT는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에도 쓰일 로봇을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T가 제주신화월드에 도입한 LG클로이 배송로봇은 투숙객의 주문 정보를 입력하고 물건을 탑재하면 목적지까지 안전·신속하게 배송해준다. 충전은 사람이 관리하는 로비에서 이뤄진다. 계속 가동하면 최대 5시간, 중간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최대 10시간 정도 가동된다. 충전 시간은 0%에서 완충까지 25시간이 걸린다. 로봇들이 충전소에 꽂혀 있다가 교대로 가동되는 구조다.

제주신화월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로봇 편의점 화면. (출처: 로봇 편의점 캡처)
제주신화월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로봇 편의점 화면. (출처: 로봇 편의점 캡처)

투숙객은 호텔에 있는 QR 코드를 카메라로 인식해 로봇 주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맥주·컵라면·육포 등 기본적인 식료품 15종을 주문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되며 최소 주문 금액은 5000원이다. 간단한 본인인증과 신용카드 결제로 주문이 이뤄진다.

주문이 접수되면 로비에서는 배송로봇에 상품을 싣는다. 총 3단의 공간을 가진 이 로봇은 주문을 최대 3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로봇에는 호텔의 지도가 탑재돼 있다.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사람이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보다 1.2~1.3배 정도 빠르다.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호텔 관계자가 투숙객의 로봇 편의점 배송 주문을 접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호텔 관계자가 투숙객의 로봇 편의점 배송 주문을 접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제주신화월드는 아주 넓었다. 부지 면적만 약 250만㎡에 달한다. 총 2000실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리조트다. 로봇은 이동 중 맵을 교체하기 위해 종종 걸음을 멈췄다.

KT는 엘리베이터와 로봇을 연동해놨다. 배송로봇이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서자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힘·열림 제어도 했다. “엘리베이터 탑승 대기 중입니다. 잠시만 양보해주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립니다. 잠시만 양보해주세요.” “탑승 위치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양보해주세요.” 로봇은 타고 내리는 사람도 인식했다.

배송로봇은 혹시나 있을 엘리베이터의 오류까지 감지했다.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길 시 안전사고로 알아보고 관리자에 알림을 보낸다. 사람이 무리하게 탑승하려고 문을 막아 부딪히면 이 같은 상황이 생긴다. 관리자가 현장에 와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진 배송 여정이 중단된다.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배송로봇이 목적지까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배송로봇이 목적지까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만약 배송 도중 누군가가 로봇의 서랍을 강제로 열려고 하면 관리자에게 이 소식이 전달된다. KT는 고객사에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실시간 관제로 오류가 난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장소로 이동 중입니다. I’m moving to the next location.” 리셋된 로봇은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돈 후 위치를 인식하고 배송을 재개했다.

KT 관계자는 “로봇에 모르고 부딪히거나 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로봇이 어딘가에 갇히거나 엘리베이터 오류로 위험한 순간이 생기면 관리자에게 연락이 간다”며 “로봇은 어느 위치에서 리셋을 하더라도 다시 위치(목적지)를 찾아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지인 객실 문 앞에 도착한 로봇은 물품이 도착했다는 안내 메시지를 읊었다. 투숙객이 물품을 수령하고 서랍을 다시 닫을 때까지는 대기 상태로 유지된다. 배송이 끝나면 로봇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목적지에 도착한 배송로봇이 투숙객의 물품 수령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목적지에 도착한 배송로봇이 투숙객의 물품 수령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KT와 제주신화월드는 지난 21일 출시 이벤트와 함께 이 로봇 배송 서비스를 정식으로 투숙객들에게 제공하는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3월부터 랜딩관에서 204회의 멀티 배송, 메리어트관에서 14회의 멀티 배송을 거쳐 총 130.5㎞의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은 앞으로 로봇 플랫폼 서비스와 자율 주행 로봇 기술이 결합된 ▲제주 신화월드 맞춤 로봇 배송서비스 제공 ▲랜딩관·메리어트관 방문객 대상 어메니티(amenity)·F&B 물품 배송 제공 ▲룸서비스, 액티비티 물품 배송 확대 ▲신화월드 신화관·서머셋 방문객 대상 KT AI 실내배송로봇 추가 도입 협력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배송로봇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배송로봇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김용남 KT제주단장은 “코로나19 때 많은 호텔 인력이 직장을 그만둔 바람에 인력난을 복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야간에 일할 사람, 주문은 많은데 배송할 사람이 없었다”며 “이를 로봇으로 해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호텔은 복잡한 구조였기 때문에 100% 이상의 전파를 구축해야 했고 엘리베이터 업체와 협력도 해야 해서 힘든 점이 많았다”면서 “8개월간의 노력 끝에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KT는 이번 협력으로 리조트와 투숙객 모두가 만족하는 로봇 배송 서비스 도입 효과를 확인하고 추가 수요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상반기 중 제주특별자치도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호텔·리조트·병원·주상복합 빌딩 등을 대상으로 배송 로봇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상호 KT AI로봇사업단장은 “로봇 배송 서비스는 KT 네트워크 및 종합 관제 역량을 비롯해 로봇과 시설 제조사와의 파트너십 등 KT 로봇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준 성과”라며 “앞으로도 KT가 국내 로봇 시장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호텔 관계자가 KT의 배송로봇에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상품을 채워 넣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 제주=손지하 기자] 호텔 관계자가 KT의 배송로봇에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상품을 채워 넣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6.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