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사우디 왕실 해군이  사우디 해군 함정을 통해 수단 항구도시 포트 수단에서 사우디 제다항으로 대피해온 한 가족의 아이를 넘겨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사우디 왕실 해군이 사우디 해군 함정을 통해 수단 항구도시 포트 수단에서 사우디 제다항으로 대피해온 한 가족의 아이를 넘겨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수단에서 독재자를 몰아냈던 장군들끼리 군 통수권을 놓고 권력다툼이 벌어지면서 42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아비규환이 된 수단을 벗어나려는 내외국인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양 군벌이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사흘 동안 ‘이드 휴전’에 합의한 것도 잠시뿐, 여전히 포탄과 총격이 오가는 도심 속 대피하던 외국인이 내전에 휘말리는 등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 등 각국에서는 수단에 머무는 외교관을 비롯한 자국민들을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대피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은 특별군사작전에 버금가는 탈출작전으로 항공기 6대를 통해 이미 대사관 직원들을 비롯한 70여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킨 상태다.

19일 수단 하르툼에서 군벌끼리 무력 충돌이 이어지자 주민들이 자녀와 함께 피신하고 있다. (AFP/뉴시스)
19일 수단 하르툼에서 군벌끼리 무력 충돌이 이어지자 주민들이 자녀와 함께 피신하고 있다. (AFP/뉴시스)

영국은 공수연대, 공군, 해병대 등 1200명 이상의 군인을 투입해 자국민 대피작전을 펼쳤다. 독일 연방군도 요르단에 배치된 수송기를 이용해 수단 내 자국 외교관과 개발협력 활동가와 사업가 등 250명 구출 작전을 펼쳤고, 네덜란드도 자국민 대피작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수단 내외국인들이 수도 하르툼과 옴두르만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에서 탈출하려는 가운데 각 국가는 항공기를 동원하는 등 호송대를 조직해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하르툼 거리에서는 삶의 터전을 차마 버리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주민들이 전쟁의 고통을 호소했다.

한 주민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군벌 간 전투로 치솟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주민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군벌 간 전투로 치솟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업가 마디 에바이드(61)는 “미국 등 강대국은 수단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나라마다 자국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으며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서 “대피시키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전쟁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가디언에 토로했다.

총성과 포탄이 도심 전역에서 이어지고 검은 연기가 곳곳에 드리우는 가운데 프랑스인 등 외국인과 시민들이 다치는 상황도 벌어졌다. 군벌은 상대편이 프랑스 호송차를 공격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는 상태다.

이어 프랑스는 하르툼에 있는 유럽연합(EU) 대표단을 포함해 다른 국적의 국민들 100여명을 태운 항공기가 수단 인접국 지부티로 보냈으며, 앞으로도 추가 항공편을 통해 자국민들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22일 수단 내전을 피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국적 국민들이 사우디 해군 함정을 통해 제다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 수단 내전을 피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국적 국민들이 사우디 해군 함정을 통해 제다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도 하르툼 등에서 무력 분쟁에 발이 묶인 현지 주민들도 단전·단수·식량부족을 겪다가 대규모 피란길에 올랐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만명에서 2만여명에 달하는 수단인들이 인접국 차드로 국경을 넘어 피난했다.

잇따른 휴전이 불발되고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민간인 264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망자는 유엔 직원 4명 등 42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도 3700명이 넘었다고 현지와 국제 NGO 단체가 전했다. 군부정권과 이에 반핸 군벌 간 내전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례도 다수 나오면서 실제 사망자와 부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호송대 행렬이 23일 군벌 간 내전으로 폐허가 된 수단 수도 하르툼을 탈출해 포트 수단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송대 행렬이 23일 군벌 간 내전으로 폐허가 된 수단 수도 하르툼을 탈출해 포트 수단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군을 지휘하는 압델 파타 알 부르한 장군(왼쪽)과 신속지원군(RSF)을 통솔하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 이번 내전은 사실상 일인자와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 군벌 간의 충돌이다. (AFP/연합뉴스)
정부군을 지휘하는 압델 파타 알 부르한 장군(왼쪽)과 신속지원군(RSF)을 통솔하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 이번 내전은 사실상 일인자와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 군벌 간의 충돌이다. (AFP/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