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세우다’ 추진위 출범
500년간 엎드러진 채 버텨
2026년까지 바로 세울 예정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경주 남산 열암곡에 엎어진 채로 땅을 보고 있는 마애불상이 있다. 불상의 콧날과 지면 쪽 바위와의 간격은 불과 5㎝. 마애불은 이 상태로 500년 이상을 버텼다.

마애불은 높이 5.6m에 무게는 70~80t에 달한다. 이 거대한 불상은 1430년 발생한 6.4 규모의 지진으로 인해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7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의 머리 부분을 보수하기 위해 작업하던 중 엎어진 마애불을 발견했다. 마애불은 발견 당시 콧날 하나도 손상돼 있지 않아 ‘5㎝의 기적’이란 별명이 생겼다.

마애불은 발견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형적,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 바로 서지 못하고 있다. 불상이 엎드러진 곳의 경사가 40~50도에 달하는 데다 해발 300m가 넘는 산 중턱에 있어 크레인 등의 장비를 동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열암곡 부처상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열암곡 부처상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은 마애불상 일으키기에 나섰다. 조계종은 열암곡 마애불 바로 세우기를 핵심 종책 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조계종은 문화재청, 경주시와 함께 2026년까지 마애불을 바로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이 사업에 대해 “미래 천년을 세우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날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진우스님은 “엎드린 부처님을 바로 모심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며 우리 모두의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진우스님은 “우리나라는 물질적 생활이 넉넉해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선 명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추진위는 마애불 바로 세우기와 함께 ▲현대인에게 맞는 선 명상 프로그램 개발 ▲대학생 지원을 통한 미래세대 인재 양성 ▲지역 교구 활성화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축사에서 “신라 천년의 불교 문화유산인 마애불상과 수많은 불교 유산이 남아있는 경주 남산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마애불 바로 세우기는 현재 연구 조사 진행 단계에 있다. 마애불 보존, 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가 올여름 중으로 나올 예정이다.

추진위는 추진위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해 원로회의 의장 자광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등 1000명으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오는 28일 열암곡에서 기도 입재 법회를 봉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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