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체성 뿌리째 흔들린다”
민주 초선, 宋엄중조치 촉구
이재명 결단 여부는 불투명
宋, 파리서 입장 밝힐 예정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송영길 전 대표가 오는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출처: 뉴시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송영길 전 대표가 오는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당내 최대 초선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에선 송 전 대표에 대한 엄정조치를 촉구하면서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宋, 국민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전 대표를 향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적극 해명해야 할 것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는 것이라면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조기 귀국과 신속한 입장 발표를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최근 돈 봉투 사건은 우리의 싸움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 수호라는 정당성마저 잃게 만들었다”며 “돈을 주거나 받은 것이 아니라면서 왜 녹취록에는 그런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최소한 민주당 당명 아래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자신해 왔는데, 이번 녹취록을 둘러싼 의혹에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며 “그간 정당혁신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더미래에선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와 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 등도 전날(18일)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해당 사안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와 직접 통화해 그의 귀국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민주당, 宋 귀국 요청 외 조치 부재

다만 당내에선 이번 사안에 대해 송 전 대표 조기 귀국 요청 외 별다른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지도부는 이번 사안의 경우 의혹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송 전 대표의 귀국  후 입장을 먼저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송 전 대표 출당 가능성에 관한 취재진 질의에 “지금은 지켜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행법 위반, 당헌당규 배치 행동이 있었다면 상응 조치를 취하는 건 공당으로서 마땅한 책무”라고 밝혔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의혹에 대한 지도부의 조치가 미온적인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없이 검찰의 수사에만 맡기거나, 이 대표의 대응도 의혹이 발생한 시기를 고려하면 약간 늦지 않았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오는 데에 “자체 조사를 하자는 건 당의 혁신과 성찰을 철저하게 하자는 데에 방점을 둔 것”이라며 “다만 자체 조사를 하지 않는 건 조사를 무의미하다고 보는 게 아니라, 강제로 조사할 수단이 없다보니 실효적 조사가 되겠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9.

◆宋 거취 여부에 “초강수 필요” 주장도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송 전 대표의 거취 여부다. 이번 의혹에 대한 관련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인물들의 혐의가 구체화할 경우 지도부 차원에서 직접 탈당을 권유할 가능성이 있다. 당의 공식적인 징계 절차가 시작되기 전 송 전 대표 등이 탈당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선 이미 이 같은 겹악재를 수습하려면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의혹 관련자들의 탈당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또 하나의 악재가 더해진 셈”이라며 “최강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관계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과감한 결단은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친명(친 이재명 대표)계 의원들은 논란이 된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를 지원했고, 송 전 대표는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의 선거를 지원했다. 또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이 대표가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를 치른 바 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22일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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