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회자됐던 검찰개혁이란 용어는 검수완박을 통해 사라졌다. 정권의 하수인이란 이름으로 검찰개혁을 하자고 했던 세력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률이 통과되고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의 입지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검찰개혁을 말하지 않고 있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수사기관이지만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존재조차도 희미해지고 있다.

물론 수사기관이 일이 많다면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정권의 눈치만 보면서 고위층과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던 세력이 그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한 공수처는 설치된 이후 고위공직자 수사기관으로서 그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존재감이 없다. 오히려 정치권의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만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결말이 검수완박이었고, 국가정보원 폐지 논란의 결과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결말이 나면서 수사권은 이제 경찰의 몫이 됐다. 그런데 너무 많은 범위의 수사로 인해 경찰이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정보를 비롯한 국가의 중요한 정보의 유출사건, 마약사건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추진했던 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19세기 법치국가란 용어가 등장했던 것은 군주국가에서 군주와 그를 호위하는 국가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국민의 권익보다는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국정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이 자의적인 정치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법을 통해 정치의 자의성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법치는 자의적인 정치를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통제하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법치는 20세기에 국가의 최고법으로서 헌법이 시행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목표의 실현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했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규율한다. 그래서 법률의 제정권을 가진 입법부인 국회도 헌법의 범위 내에서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헌법이 요구하는 바와 달리 움직이고 있어서 논란을 유발하는 것이다.

헌법이란 법규범과 헌법현실이 일치되지 못하면 헌법질서는 유지되지 못한다. 헌법이 규정된 바를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게 하려면 국민의 헌법수호의지가 필수적이다. 국민주권국가에서 헌법의 수호자는 국민이지 국가권력이 아니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국민주권국가에서 국가권력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선택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21세기 진입하는 시기에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전 국민이 노력해 슬기롭게 대처했다. 당시에도 국정을 담당했던 정치권이 한 일이라고는 국민에게 위기극복을 호소하는 것이었고, 위기극복의 주역은 국민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결과적으로 국민의 희생과 노력이 주를 이뤘다. 물론 위기 때마다 정치권이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이제 검수완박으로 검찰개혁도 끝났고, 사법개혁은 지지부진하지만, 그것은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인 법관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법적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혁은 그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정치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을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란 방법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필요하다.

검찰개혁, 사법개혁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은 정치개혁이다. 정치가 부패하고 민주화가 되지 않는다면 모든 개혁은 무의미하다. 정치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당성을 가지려면 민주적 정당성 나아가 헌법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당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정치에 있어서 국정에 있어서 정당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정당이 특정 집단의 이익에만 몰두하거나 그 내부에서 비리나 부채가 만연하다면 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정당은 지지세력을 위해 활동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헌법이 규정하는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 정당은 말로만 아니라 행동으로 정치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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