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최근 대치동 학원가를 뒤흔든 마약 음료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마약이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란 지위를 얻을 정도로 마약에 대해 어떤 국가보다도 철저하게 단속하고 차단했는데, 국제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마약류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약해지고 공권력도 무뎌지면서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마약은 국가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19세기 중엽 영국과 청나라 간에 벌어진 아편전쟁에서, 청나라는 아편으로 인해 영국에 굴욕적인 조약을 체결하고 홍콩을 할양했었다. 물론 이 아편전쟁의 여파로 서양의 동양 침탈이 시작됐지만, 아편은 돌고 돌아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수출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

아편전쟁의 여파는 인류에게 마약의 무서움을 알려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마약류가 세계로 확산되고 범죄조직에 의한 불법자금의 원천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편전쟁으로 인한 치욕을 경험한 중화권 국가들은 마약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무관용의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마약은 이제 많은 국가에서 생산되고, 이를 마약 카르텔이 수입하고 제조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마약은 마약류에 속하는 물질로 신경계에 작용해 진통, 마취 또는 각성 효과를 나타내고, 습관성이 있어서 장기 복용하게 되면 의존 증상이 발생하는 물질을 말한다. 여기서 마약류에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가 속하며, 마약은 불법마약과 치료용 마약으로 나눈다. 이에 관해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고, 마약류범죄의 진압과 예방을 위해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마약과 관련해 법체계를 구축해 단속과 예방을 하고 있지만,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마약류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마약판매수법 등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마약은 과거 음성적으로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판매되던 것이 거의 무차별적으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다수는 마약인 줄도 모르고 먹게 된다.

마약에 대해 대부분 국가는 엄격하게 관리·차단하고 마약범죄에 대해서는 중형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는 외국에서 본인도 모르게 마약과 연루돼 중형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2010년대 중국에서 마약과 관련해 사형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대부분 국가가 마약에 대해 강경하고 엄중하게 대하는 것은 마약의 중독성이 심각해 국가와 사회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마약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공권력이 철저하게 대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약은 수입 또는 제조 판매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하는 사람조차도 강경하게 처벌하면서 사회에서 격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마약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이 과거에 비해 그렇게 강화되지 않았고 마약판매나 마약투여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가 강하지 않다 보니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약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온라인, SNS를 통해 마약거래가 쉽게 이뤄지면서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면서 해외에서 마약 경험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대에서 30대에 해당하는 마약사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을 이용한 마약거래는 마약 투약자에게는 거래 환경이 손쉬워졌지만, 수사기관에는 수사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마약범죄는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심각한 범죄이다. 과거 검찰이 마약 수사를 전담할 때는 상당히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마약사범 증가를 억제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은 검찰의 마약 전담부서를 폐지하고 마약 수사 예산을 삭감했다. 물론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면서 경찰의 마약 수사 기능이 강화됐다.

이렇게 경찰의 마약 수사 역량이 강화됐지만 마약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대치동 학원가까지 마약범죄의 검은 손이 퍼지고 있다. 마약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전담 수사기관이 마약 단속을 함에도 이렇게 마약이 노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공권력은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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