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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정책 시행 초기
외국인 국내 적응으로만 이뤄져
한국인 인식 개선 성과는 부족해
"꾸준한 인식 개선 교육 필요”

“입국 위해” “노부모 모시려면”
시작부터 어긋나… 갈등 일으켜

중개업체 무분별한 연결도 문제
“평생 배우자 찾는 것, 신중해야
정보 직접 주고받는 과정 필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남편 동료들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도 워낙 다문화 가정 특히 조선족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한 건 알고 있었으니까 행복하게 잘 사는 것으로 보여주면 되겠다 싶었죠.”

최근 발생한 ‘조선족 아내 살인 미수’ 사건의 피해자 박모(39)씨가 계속되는 남편의 문제 행동에도 가정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은 부부갈등의 씨앗이 된 원인 중 하나인 조선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가 겪은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본지가 그동안 취재한 조선족 여성 대다수는 2012년 오원춘, 2014년 박춘봉 사건까지 발생해 적지 않은 편견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문화가정을 둘러싼 편견을 깨는 방법엔 무엇이 있는지, 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문화시민단체장, 다문화가정, 결혼피해상담가에게서 들은 조언을 정리해봤다.

◆“교사·공무원부터 다문화 이해해야”

다문화가족 정책은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결혼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문화가족 정책이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편견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심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책이 초기엔 외국인 아내나 남편이 한국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한국인의 인식 개선 부분엔 접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주여성 자조모임인 ‘생각나무 BB센터’ 안순화 공동대표는 편견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한 인식 개선 강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시민강의, 교제 발간 등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지난해 서울시봉사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안 대표는 “다문화가정은 전국 곳곳에 퍼져있다. 각 지역에서 대상별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지자체 공무원, 등이 먼저 ‘다문화’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가 사회의 편견을 허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의자’로 누구를 세울 것인가도 중요하다”며 “다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결혼이주민이 강의하는 게 더 공감대를 살 수 있는데 아직도 ‘너희는 강의자가 아니라 교육받아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서로 잘 몰라 결혼초기부터 ‘삐걱’

부부가 서로에 대한 믿음만 확실히 있다면 편견도 해쳐나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의 특성상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지 못한 채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이혼 상담을 받은 다문화가정의 갈등 유발 요인을 분석한 결과도 있다. 1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4년도 다문화가정 이혼 상담 통계’에 따르면 이들 가정의 이혼 상담 건수는 1008건이었다. 이 가운데 74.1%가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로 이뤄진 다문화가정이었다.

상담소 측은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다문화가정은 혼인 성립 시부터 갈등 유발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제결혼을 택할 때도 외국인 아내는 혼인에 대한 진정한 의사보다 수월한 한국 입국을 위한 수단으로, 한국인 남편은 노부모 병구완, 성적 대상, 일손 등이 필요해 국제결혼을 택하는 경우가 있어 많은 갈등이 유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국제결혼의 경우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배우자를 소개받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무분별한 중개로 서로에 대한 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

한 국제결혼피해상담사는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찾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사전에 배우자가 알아야 할 또는 알고 싶은 정보를 메모지에 적어서라도 직접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로 결혼 11년차인 다문화가정 표영태(49, 남)씨 부부는 “다른 가정과 다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살면서 갈등 요소가 생기더라도 배우자를 더 많이 인정해주고 배려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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