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병원이에요. 남편은 경찰서에 있어요. 결국 이렇게 됐네요. 아이들 아빠가 잘못되지 않길 바랐는데….”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조선족 아내 살인 미수’ 사건.

사건 당일인 지난 14일 피해자 박모(39)씨가 기자와의 통화 내내 울먹거렸다. 박씨는 ‘더는 같이 살 수 없다’면서도 전과자가 된 남편의 앞날을 걱정했다. 왜일까. 본지가 취재한 결과 이들은 결혼 후 처음 2년간은 행복했다. 그러나 남편의 주변사람들로부터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에 시달리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이처럼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선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본지는 다문화 정책 시행 1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를 진단해 보았다. 1부는 박씨에게서 들은 내용을 재구성했다. 2부에선 다문화가정을 둘러싼 편견의 심각성과 대안을 알아본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결혼 후 처음 2년간은 행복했던 부부
“국적 따면 도망갈 것” 동료 험담에
남편의 사랑, 의처증·폭력으로 변질
야구방망이 구타, 반찬에 붕산 넣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박씨는 지난 2006년 친척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6개월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남편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주장을 못 하는 사람이었으나 착하고 성실해 믿음이 갔다. 술도 안 마셨다. 그렇게 결혼 후 처음 2년간은 사이가 좋았다.

가정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남편은 평소 동료들에게 “조선족 여자랑 결혼했어? 국적 따면 이혼하자고 할 거야. 가족도 (한국에) 들어왔으면 더 그렇지. 그럼 네 재산만 반토막난다. 조심해” 등의 말을 수시로 들었다고 했다. 잘 살고 있는 가정에 ‘악담’을 하는 남편 동료들이 야속했다. 속상했지만 매일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남편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남편이 변했다. 날이 갈수록 폭언과 폭력은 물론 의처증 증세가 심해졌다. 2008년 8월경엔 병원에 입원한 친정어머니 병문안을 한 번도 가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자 목을 졸랐다. 너무 놀랐지만 아이들 생각에 꾹 참았다. 2011년 11월경엔 남편이 주먹으로 머리를 심하게 때렸다. 2013년엔 그동안 함께 모은 1300만원과 결혼 패물, 아이들 돌반지가 사라졌다.

폭언과 폭력, 금전적 어려움이 계속되자 더는 같이 살 수 없었다. 남편에게 합의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내리쳤다. 119를 불러 머리를 7바늘 꿰맸다. 병원에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아이들 걱정에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너를 너무 사랑한다. 네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다. 불구자가 돼 집에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언어폭력을 수시로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지난 5월 26일경. 그날도 남편과 싸운 후 속상해 친구를 만나고 밤 9시에 귀가했다. 남편에게 꿀물을 부탁했다. 그런데 꿀물 맛이 이상했다. 그날 밤 계속 설사를 했다. 다음 날 청소를 하다 붕산을 발견했다. ‘아차’ 싶었다. 그러나 티내지 않고 숨겨뒀다.

이튿날 출근하기 위해 아침 식사를 했다. 고추볶음을 먹었는데 맛과 냄새가 이상해 뱉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순간 의심이 들었다. 남편은 거실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아이들도 어리고 남편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참다가 출근할 때 고추볶음을 들고 나왔다. 퇴근 후 경찰서에 신고했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부인만 즐겨 먹는 고추볶음에 붕산을 넣었다’고 시인했다.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붕산 1.8g을 넣은 것이 확인됐다. 더는 남편과 같이 살 수 없었다. 박씨는 충격이 커 직장에 몇 달간 쉰다고 말했다. 별거 중인 남편에게서 ‘이혼만은 하지말자’는 문자가 계속 왔다. 하지만 음식에 붕산을 넣은 남편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다. 사건 두 달 만인 14일 오전. 남편이 집에 불쑥 찾아왔다. (이혼 결심에) 변함이 없다고 하자 목을 졸랐다.

철없어야 할 초등학생 아들도 이 상황을 알아버렸다. 그동안 엄마에게 ‘아빠랑 이혼 안 하면 안 돼?’라고 묻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학교 가기 전 엄마를 불러 세웠다.

“엄마 많이 아팠겠다” “아빠는 너네 너무 보고 싶어 하는데 괜찮아?” “엄마, 난 이제 아빠 보기 싫어. 아빠가 엄마 사랑해서 때렸대. 내가 때리지도 말고 약도 넣지 말랬는데 아빠가 안 고치잖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 아빠가 걱정됐다. 남편에겐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교도소) 갔다 오면 직장도 잃고 폐인 되잖아요.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거기에 안 가본대요. 살 이유 없다고 생각할까봐 너무 불쌍하고 속상해요.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 아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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