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활절 연합예배서 드러난 한국교회 민낯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인들이 서로를 혐오하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4월 9일 부활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보수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이른바 ‘광화문의애국시민들’의 주최로 ‘2023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신도들과 현장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예수님이 살아나셨기에, 오늘 우리가 부활 주일 축제 속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며 “예수님의 십자가 부활은 가장 크고 놀라운 기적 중의 기적이다. 가장 낮고 천하고 어두움과 절망에서 믿는 자들에게 생명으로 영생으로 살게 해준 놀라운 축복이요 삶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부활절 예배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두 손을 펴고 “아멘!”으로 화답했다. 

송 목사의 설교가 끝날 즈음, 연합예배 현장 옆으로 또 다른 교계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주최하는 부활절 퍼레이드 행진이 등장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로서 순간 사회자 목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니 ‘부활절 예배의 평화는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마이크를 든 사회자 목사의 입에서 “야 이 XX야 조용히 해”를 시작으로 “예배 드리는데 북을 치는 사탄들”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인다” “어린애들 다 끌고 나와 나라 지키는 데 방해한다” 등 욕설과 함께 노골적인 적대감이 표출됐다. 

곧바로 부활절 퍼레이드 행진자들을 향해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불렀다. 퍼레이드 측에서는 아기 천사의 모습으로 분장한 어린아이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부활절 연합예배 측을 쳐다보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흥분한 신도들은 마치 장군의 ‘돌격!’ 명령을 받은 것처럼 경찰 펜스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퍼레이드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의 저지로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자칫 대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회자 목사는 “경찰들 조심해, 너희들 내가 이분(신도)들께 말 한마디만 하면 쓸어버릴 수 있어”라며 위협적인 말을 서슴치 않았다. 

퍼레이드에선 깊은 한숨이 흘렀다. 행진하던 참가자들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걸어갔다. 특히 학생들은 혹여 시비에 휘말릴까 일부러 외면하며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소란스러웠던 상황은 퍼레이드가 현장을 떠나면서 일단락됐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이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손으로 아예 귀를 틀어막는 시민도 있는가 하면, 한 시민은 “기괴하다”는 표현까지 했다. ‘일반 시민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한국교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부활절 연합 정신을 강조한 한국교회의 메시지는 어디로 갔나’ 등등 현장을 지켜본 기자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국내 개신교 주요 교단부터 연합기구까지 올해 많은 한국교회가 부활절을 맞아 사회 ‘화합’과 ‘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한교총은 이번 부활절 메시지에서 “편가르기와 이권 다툼으로 나뉘고 갈라진 대한민국 사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낮아짐을 본받아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제언했다. 맞는 말이지만, 먼저 한국교회가 지켜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갈수록 추락하는 신뢰도와 떠나가는 신도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목회자는 ‘마땅한 타개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라며 한국교회의 미래가 깜깜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쯤에서 한국교회에게 바라고 싶다. 종교로서 사회 화합과 통합을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 못해 실망하고 떠나가는 양들을 먼저 돌아봐 달라고. 한국교회가 사회에 화합을 당부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낮아짐을 본받아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