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방탄소년단 지민이 ‘라이크 크레이지’로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했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간 2위에만 머물렀던 한을 풀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지 여러 분석이 나왔다. 한국 솔로 가수 1위라는 측면이 매우 부각 된다. 더구나 항상 솔로 가수에게 약점이었던 라디오 방송 횟수도 지민은 보란 듯이 훌륭하게 기록했다. 즉, 미국 내 백인 팬덤이 확실한 것이다. 일상에서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누리는 그들에게도 무리 없이 신스팝 계열의 ‘라이크 크레이지’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완전체 활동 당시의 ‘다이너마이트’나 ‘버터’와 다를 바가 없다. 지민 개인 면에서 그룹과 멤버로 1위를 차지한 점도 마찬가지다. 정말 대단한 일이고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동안 K팝에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방탄소년단의 기획과 전략이 실제 실현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방탄소년단의 성과만이 아니고 21세기 K팝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지민은 빌보드의 바뀐 정책 이후의 성과다. 지난해 다운로드 1건만 인정하게 했다. 2건 이상은 제외하기 때문에 지민의 ‘핫 100’ 1위는 K팝에 대한 견제책에도 얻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숫자적인 동원에 따른 성과가 고른 팬덤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케이팝 견제책에도 방탄소년단의 모델을 확증시켰다.

2세대 아이돌만 해도 한국에서 아이돌 음악들은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특히 7년 차 신드롬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아이돌 음악은 수명이 7년을 넘지 못하고 대체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름은 남아 있어도 멤버의 완전체가 불가능했다. 소속사 분쟁, 구성원 이탈이 당연해 보였다. 그것은 기획형 아이돌의 한계 같았다. 하지만 K-Pop은 이제 그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더구나 이전에는 남자 아이돌은 특히 군 복무 문제로 인해 더 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던 점이 있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한 방탄소년단도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듯 보였다. 군 복무를 선언했고 완전체 활동을 중단했다. 실제로 2022년 12월 맏형 진은 입대했다. 방탄소년단이 좌절하는 모습 같았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모델을 위한 것이었다. 일단 개별적으로 군대에 가게 되지만, 2025년 완전체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하게 되지만, 개별 활동을 통해 볼륨을 더 크게 함으로써 나중에 완전체가 됐을 때 더 대단한 콘텐츠와 IP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군 복무는 암흑기가 아닐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시대에서 팬덤은 그치지 않고 오히려 스노우볼(눈덩이)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개별적 완전체의 눈덩이 효과다. 조용한 토네이도는 모바일 팬덤 플랫폼에서 계속된다. 그런 점에서 K 아이돌에게 군 복무가 최종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주목도와 인기는 변함이 없고 미래에도 팬덤 컬쳐 진화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방탄소년단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점을 중요하게 의미부여한 성취가 바로 지민의 빌보드 ‘핫 100’ 1위이다. 완전체와 다를 바 없이 솔로 가수로써 충분히 개성과 역량을 내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완전체로 돌아와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새로운 K팝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

월드클래스로써 어떤 성과를 계속 보여주고 글로벌 아티스트 반열에서 강력한 팬덤에 기반을 두고 얼마든지 앞으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 안정적으로 브랜드가치가 상승하는 그런 결과를 통해 이제 그래미 어워즈 로드맵에 청신호가 켜졌다. 왜냐면 그래미 어워즈에서 요구하는 것은 몇 년 이상의 장기 지속성이기 때문이다. K팝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기 때문에 그래미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나의 장르가 돼야 한다.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에 하나의 브랜드화가 필수다. 한 개의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여러 아이돌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내에도 K팝 스타일의 아이돌 문화가 확산 돼야 한다. 초기에는 현지화 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K팝 기업과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 A&R 작업은 필수로 부가돼야 한다. 세계 뮤지션을 K팝 창작에 콜라보하게 했다면 이제는 아티스트 자체를 K팝 스타일의 기획력에 따라 발굴 육성하고 그들을 매개로 음악적 팬덤까지 확보할 수 있다. K팝 스타일 음악이 상시적으로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부문의 신설이 이뤄질 때까지 K팝 팬과 아티스트가 만들어 가는 현실 스토리텔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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