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문건 실체 드러날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3.3.29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며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3.3.29

[천지일보=홍수영·홍보영 기자]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지시 의혹을 받는 조현천(64)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이 검찰에 구속됐다. 5년 넘게 묻혔던 계엄령 검토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직권남용, 정치관여 혐의를 받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전 사령관은 5년 3개월간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가 29일 오전 귀국 후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인천공항에서 체포한 뒤 검찰청으로 압송해 이틀 연속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정치관여)도 있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도 받고 있다. 문건에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계엄령을 검토하며 국회와 언론 통제 방안, 여의도 등에 군대 투입 계획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해당 계엄 문건엔 탄핵심판 선고일을 ‘D데이’로 위수령·계엄령을 발령하고,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려 할 시 국회 해산을 건의하고, 정치인들의 가택연금을 검토하는 등을 계획했다.

2016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 뉴시스)
2016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출처: 뉴시스)

특히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 세세한 병력구성도 포함됐다. 

검찰은 “계엄령 문건 의혹과 직결된 조 전 사령관의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가 더 필요한 계엄 관련 내용은 잠시 미뤄두고 입증이 어느 정도 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기한이 최대 20일에 불과한 만큼 일단 구속영장이 발부된 혐의 위주로 조 전 사령관을 기소한 뒤 계엄 관련 수사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2017년 9월 전역한 조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도피생활을 해왔다.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군·검 합동수사단’은 2018년 조 전 사령관의 자진귀국을 유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여권을 무효화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송환을 준비해왔다.

그러던 중 이틀 전인 29일 돌연 귀국했다. 한때 “살아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전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정정한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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